[라오스에 희망을 전하다] (상) "껍짜이 까올리"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는 2012년부터 해마다 '희망풍차 청소년 멘토링 외국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장소는 인도차이나 반도 중심에 있는 라오스. 경남 지역 고등학교와 대학교 RCY(청소년적십자)단원 등이 학교 건립은 물론 학용품과 도서 지원, 보건위생사업 등을 진행합니다. 라오스는 국제연합(UN)이 정한 최빈국 중 하나(1인당 국민소득(GDP) 1660달러)로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라오스는 지구 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지만 매해 시행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할 정도로 행복한 나라입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남지사의 6박 8일(2015년 12월 17~24일) 라오스 봉사 활동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띡(8)입니다.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에서 4시간 떨어진 방비엥 후아이예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방비엥은 인구 3만의 작은 마을로 배낭 여행자의 지상낙원으로 알려졌습니다. 메콩강 지류인 쏭강을 중심으로 한쪽은 호텔과 상점, 피부가 하얀 외국인이 많아요.

라오스 후아이예 마을에 사는 띡

제가 사는 후아이예 마을은 그 반대편입니다. 1200여 명이 사는 자그마한 곳입니다.

우리 마을은 최근 3년 동안 쏭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마을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매년 이런 상황이 반복됐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었어요. 엄마, 아빠는 물에 잠긴 작물을 보고 한숨을 쉬었고, 저는 축축한 교과서를 말리느라 애를 먹었죠. 비포장 흙탕길을 오가다 보니 신발은 매번 진흙투성이가 됐습니다.

대학생 RCY단원이 아이의 손에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

저는 후아이예 초등학교에 다닙니다. 학생 수는 100명 정도입니다. 사진 속에는 제가 검은색 바지와 흰색 셔츠를 입고 있죠? 교복입니다. 모자는 공부도 잘하고 선생님 말을 잘 듣는 학생만 쓸 수 있습니다. 반장 같은 의미죠. 우리 학교는 오전 8시에 등교해서 수학, 라오스어, 세계사, 영어를 배웁니다.

몇 주 전부터 학교가 분주해졌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학교에 귀중한 손님이 온다며 우리에게 환영을 의미하는 종이다발을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쏭강을 건너면 볼 수 있었던 피부가 하얀 외국인(한국인)이 온다고 했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오후 5시쯤이었을까. 낯선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학교로 들어왔고, 우리는 두 손을 모으며 "사바이디(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라오스인은 흥이 많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스피커가 등장하는데 스피커 개수가 많을수록 기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날도 어김없이 신나는 음악이 함께 했고 후아이예 학교 앞 운동장에는 마을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후아이예 마을 아이들이 손수 만든 종이다발을 들고 외국봉사자를 환영하고 있다.

후아이예 초등학교는 건물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교장 선생님에 따르면 한국인의 도움으로 건물이 3개가 더 생긴다고 합니다. 하나는 교실이고 또 다른 하나는 도서관입니다. 유치원도 새 단장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 동네에 온 한국인 형과 누나들은 다음 날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페인트칠 작업을 했습니다. 저는 한국인 형과 누나들을 보고자 주말인데도 아침 일찍부터 친구들과 학교에 갔습니다. 사실, 집에 있어도 딱히 할 건 없어요.

학교 운동장은 놀이터나 다름없습니다. 텔레비전에선 나오는 그네, 시소 등은 없지만 놀 게 많아요. 슬리퍼를 누가 멀리 던지나 내기를 하고, 친구들과 둘러앉아 동그란 딱지치기를 합니다. 술래잡기도 하고 공기가 빠진 축구공으로 축구도 해요.

그날도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학교 선생님이 교실로 모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온 선생님과 수업도 했습니다. "이를 몇 번 닦아요? 하루에 몇 번 닦아야 합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또 치약은 얼마만큼 짜야 하는지, 어떻게 이를 닦아야 하는지도 물었습니다. 손도 몇 번 씻어야 하는지 어떻게 씻어야 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친구들은 제각기 자신의 말을 쏟아냈는데 한국인 선생님은 대답이 틀렸는지 고개를 흔들었어요. 한국인 선생님은 몸이 튼튼해지고 건강해지려면 하루에 세 번 양치질하고 하루에 30초 이상 8번 손을 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양치질을 잘하라고 칫솔, 치약이 든 선물도 줬습니다.

틈틈이 한국인 형과 누나들과 같이 놀기도 했습니다. '수건 돌리기'라는 놀이인데 친구들과 동그란 원 형태로 앉아 누군가를 희생자(술래)로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서로서로 눈치를 살피며 자기 뒤에 수건이 놓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습니다. 벌칙으로 엉덩이로 이름 쓰기도 했습니다.

신기한 물건(?)도 봤습니다. 한국인 형과 누나들이 저희에게 웃어보라며 네모난 물건을 우리 얼굴에 들이댑니다. '찰칵찰칵' 소리가 나더니 얼마 뒤 형과 누나들이 텔레비전과 비슷한 화면을 보여줍니다. "푸하하" 네모난 물건에서 제 얼굴과 친구들 얼굴이 나왔습니다.

휴대폰 카메라를 단 셀카봉으로 사진 찍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아이들.

매일 저녁 마을 잔치가 열렸습니다. 저도 쏭강에서 생선을 잡아 파는 아빠와 건초를 파는 엄마의 손을 잡고 매일 밤 학교로 향했습니다. 한국인 형과 누나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 같은 반 여자 친구들은 라오스 전통 옷을 입고 전통춤을 췄습니다.

제일 신났던 것은 태권도였습니다. 위아래로 하얀색 옷을 입은 한국인 형들이 구령에 맞춰 팔과 다리를 힘있게 뻗으며 송판을 부수었습니다. 부서진 송판은 저희 차지였습니다. 집에 갈 때 친구들 손에는 부서진 송판이 하나씩 있었고 저 또한 집에 가서 태권도 흉내를 냈습니다.

21일 월요일. 학교에 가니 한국인 형과 누나들이 떠난다고 합니다. 헐벗은 형태였던 새 건물 두 개는 하얀색 옷을 입었고 도서관 건물은 1월에 완성된다고 합니다. 도서관이 지어지면 그곳에서 책을 마음껏 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한국인 형과 누나들은 열심히 공부하라며 연필, 필통 등 학용품을 선물로 줬습니다. 그리고 저를 안아주었습니다.

"껍짜이!(고맙습니다) 까올리(한국사람)."

한국봉사자가 아이들과 함께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고 있다.
▲ 박미영(왼쪽), 김윤임(오른쪽) 보건교사가 아이들에게 이 닦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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