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제가 수업을 맡고 있던 대학생들에게 이런 과제를 내봤습니다. 요즘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투표와 집회·시위 등 사회 참여를 꺼리는 까닭에 대해 기획취재를 해보라는 거였습니다.

학생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자료를 찾고, 카카오톡을 이용해 친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하고, 어머니나 아버지, 또는 교수와 면담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했더군요.

그 결과 학생들의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정리해보니 '스펙 경쟁' '취업 경쟁' '개인화' '현실 순응' '부모 의존' '인터넷·모바일' 등이었고, '계층 변화'라는 단어도 나왔습니다.

말하자면 과거 대학생이 사회변화의 주력이었던 시절과 지금의 대학생은 아예 '계층'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부 소수만 대학에 진학하던 시절에는 대학생이 한국사회의 인텔리 계층으로서 사회변화를 선도해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두가 대학생이 되는 시대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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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고 이한열 열사 장례식 당시 모습./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은 한층 심화되었고, 초·중·고등학교부터 경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며 자랐으니 '내 코가 석자인데 무슨 사회 참여?'냐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부모에 대한 순응과 의존적인 사고가 일반화했고, 인터넷과 모바일의 영향으로 집단보다는 개인으로 사는데 특화한 세대라는 진단도 나왔습니다.

대충 제가 나름대로 짐작한 바와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직접 대학생들의 취재와 그들의 기사를 통해 이런 결과를 접하고 보니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비판의식과 참여의식이 사라진 세대에게 어떤 희망이 있을까 하는 비관적인 마음 말입니다.

사실 저도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배웠던 세대이지만, 대학에 입학한 후 각종 연구동아리나 학습 모임에서 우리가 잘못 배웠던 역사를 깨우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학에서 그런 모임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로지 취업에 도움이 되는 모임이나 동아리만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그야말로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여지마저 잘라버리고, 더더욱 체제순응적인 국민을 길러내겠다는 의도로만 여겨집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이번호 '역사에서 만난 사람-독일 제3제국을 떠받친 음모가 하이드리히'를 읽으니 갑자기 오싹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어쩌면 나치와 같은 독재가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역사에서 만난 사람' 필자는 이런 말도 하더군요. "파시즘은 불경기에 등장한다"는 겁니다. 취업이 어렵고 먹고 살기가 힘들수록 독재자의 허황된 거짓말이 잘 먹힌다는 거죠. 히틀러도 독일은 물론 세계 경제가 공황기일 때 등장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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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16년 새해에는 이런 불안하고 우울한 시대에도 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각계에서 애쓰고 있는 분들을 찾아 나서려 합니다. 그리고 취업 경쟁에 시달리는 젊은 친구들의 고민에도 더 관심을 갖고 접근해볼까 합니다. 그러는 속에서 이 시대의 언론이, 그리고 <피플파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성찰하겠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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