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목 받은 칼럼·기고
-유등축제 유료화 사태 정리 공동체 가치 확인·자부심 등 축제 본질 깨우며 주목 받아
-아기 잘 키우고 싶은 마음 모유 수유·가슴에 담아 표현묘한 뉘앙스 제목도 눈길

일반적으로 칼럼과 기고 등 의견 기사는 일반 기사보다 온라인 조회 수가 훨씬 적습니다. 하지만 사안과 내용에 따라서는 기사 못지않게 관심을 끌기도 합니다. 다음에 소개할 칼럼 한 편과 독자 기고 한 편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다른 칼럼이나 기고에 비해 도드라지게 조회 수가 높았습니다.

◇남강유등축제 본질을 묻는다 = 지난 10월 1일 온라인으로 보도된 '돈 받는 남강유등축제의 본질을 묻는다'는 특별기고는 조회 수 1만 9981건을 기록해 전체 칼럼·기고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일반 기사를 포함해 전체 기사 중 조회 수가 1만 건이 넘는 것이 62개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주목을 받은 셈입니다. 김태훈 지역스토리텔링연구소장이 쓴 이 칼럼은 종이 신문에는 실리지도 않고 오로지 온라인으로만 노출됐습니다.

칼럼 주제는 진주 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마침 칼럼이 실린 날이 유등축제가 시작되는 날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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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진주 유등축제가 유료화 문제로 시끄럽다. 급기야 누군가가 유등 행사장을 돈 안 내고 구경할까봐 2미터 높이의 가림막까지 설치했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시원하게 펼쳐진 남강은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풍경'이었는데, 유등을 품은 남강은 졸지에 입장료를 내야만 구경할 수 있는 '쇼'가 돼버렸다."

그러면서 축제의 본질이 무어냐고 따져 묻지요. 고대 문명에서부터 근래에 이르기까지 축제는 '공동체 가치를 확인하고 소속감과 자부심을 키우는 장치'라는 거지요. 하지만 요즘 축제는 그저 '비즈니스'가 돼 버린 게 아닌가 하고 묻습니다.

김 소장이 생각하는 유등축제의 본질은 이렇습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중략) 왜군에게 포위됐을 때는 왜군의 진로를 방해하고 외부와 소통하는 수단으로, 왜군에게 진주성이 함락된 이후로는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7만여 명의 군인들과 백성을 기리는 목적으로 진주 시민들이 등을 강에 띄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전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부분이 바로 '소망등'일 것이다. 도시 전체 인구에 해당하는 인구 7만이 한꺼번에 몰살당한 기억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진주 사람들은 매년 남강에 각자의 소망을 담아 유등을 띄운 것 아니겠는가? 그 기억이 참혹했던 만큼 소망도 절실했을 것이다. 이 의식을 통해 진주 사람들은 하나가 됐을 것이고(결속), 평화를 지키기 위한 다짐을 되새기지(가치 갱신) 않았을까? 이 부분이 바로 스스로 밝히듯이 유등축제의 뿌리이고 진주시가 추구해야 할 도시 정체성 아니겠는가?"

칼럼을 거칠게 정리하면 '진주 유등축제 유료화는 공동체를 위한 지역 축제가 쇼로 전락한 것'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진주남강유등축제가 유료로 전환되면서 남강 일원에 담벼락과 현수막이 설치돼 행사장을 가리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자, 이 칼럼 이전에도 유등축제 유료화를 둘러싼 기사나 의견은 제법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이 칼럼이 이렇게 주목을 받은 것일까요?

김 소장은 28일 "이 칼럼이 처음으로 유등축제 유료화 사태의 본질을 정리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출판미디어국으로부터 특별기고 요청이 있었다는군요. 기존 기사를 봐도 뭔가 개운하지 않으니 이참에 제대로 유료화 논란의 실체에 대해 정리를 해달라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추석 명절을 쇠고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구상을 시작해 다음 날 새벽까지 적은 글이라고 합니다. 당시 미디어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 칼럼을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공유했습니다. 페이스북만 보면 이 칼럼을 공유한 게시물은 1만 4555명에게 도달했고 이 중 2511명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또 직·간접적으로 50여 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논란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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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젖 = 지난 7월 6일 자 여론면 '발언대'란에 실린 김수미(30·창원시) 독자의 '공공의 젖'이란 기고는 조회 수 1만 7715건으로 올해 칼럼·기고 중 두 번째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기고는 여성의 가슴을 소재로 했습니다. 자칫 선정적인 내용일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저 아기를 잘 키우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표현한 거였지요. 이 글을 쓸 당시 김 씨는 한창 아이에게 젖을 물리던 시기였습니다. 기고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봉긋하게 솟아올라 옷의 맵시를 살려주는 가슴. 2년 전만 해도 나는 가슴의 기능을 반밖에 모르는 아가씨였다.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지금. 나는 가슴보다는 젖이라는 말에 익숙하다."

기고는 출산을 하고부터 사람들이 자신의 은밀한 부위인 가슴에 관심을 두는 것에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어느 날 다큐멘터리를 통해 모유에서 중금속이 검출된다는 것을 알고 기겁을 하죠. 그러면서 이런 결론에 이릅니다.

"아기가 태어나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어미의 젖. 그 속에는 나의 식습관뿐 아니라 지구의 건강까지도 같이 녹아 있다. 어느 농부가 지은 쌀, 어느 축사에서 자란 소, 깊숙한 바다에서 자란 미역…. 엄두도 못 갈 거리에서 난 것들이 한 밥상에 올라 김을 내면 한 숟가락 드는 일이 예사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늘 먹은 것은 다시 아기의 밥이 되고 허기진 아기는 온 힘을 다해 젖을 빤다. 가장 가까이 있는 세계를 빨아 당긴다. 젖을 먹이는 게 단순히 내 아이를 위한 일일까. 후손이 먹을 음식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고 있나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최근까지도 김 씨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다고 합니다. 28일 전화 통화에서 그는 "젖을 뗀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며 "보통 엄마보다 조금 긴 20개월 정도 젖을 먹였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당시 내 가슴이 아이와 공동 소유가 되고 모두가 관심을 두는 신체 부위로 취급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며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이렇게 아이 먹을거리에 관심이 많구나 싶고, 과연 이게 나만 노력해서 될 일일까 하는 생각에 글을 썼다"고 말했습니다.

글을 쓰고 나서 주변에 있는 다른 엄마들이 공감을 많이 해 줬답니다.

사실 이렇게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기고에 달린 댓글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다시 말해 '공공의 젖'이란 제목에서 주는 묘한 뉘앙스가 커서 관심을 많이 끈 것 같기도 하단 말이지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제목으로 에로 영화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김 씨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나중에 자신이 쓴 기고를 보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같은 제목의 에로 영화가 나와 당황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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