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약, 우유와 함께 복용해도 돼…병원 처방받은 약은 여러가지 같이 먹어도 돼
간염 약, 띄엄띄엄 먹으면 내성 생겨 효과 없어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쉽게 손이 가는 약.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기도 하고, 임의로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사먹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어도 되는지, 약을 먹을 때 조심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 궁금하다. 창원 성산구 상남동 '맘에 든 약국' 이지민 약사와 대한약사회의 도움말로 올바른 약 복용법에 대해 알아봤다.

◇여러 질환으로 처방약이 많은데요?

고혈압과 당뇨로 병원에서 처방받아 매일 규칙적으로 약을 먹고 있는 60대 ㄱ 씨. 최근 감기가 심해 감기약까지 먹고 있다.

그러다 '이렇게 여러 가지 약을 먹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먹어도 될까?

이지민 약사는 "병원에서 처방 받아 복용하는 것이면 괜찮다"고 했다.

바로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심 서비스)' 때문이다. 이는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으로 의약품 처방·조제 시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

창원 맘에든약국 이지민 약사. /이원정 기자

이 약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연결된 이 시스템은 다른 곳에서 처방받은 약과 성분이 중복되거나 함께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 있으면 바로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만 믿기보다는 환자가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약이나 기저 질환, 알레르기 등에 대해 의사와 약사에게 이야기 해줘야 보다 안전하다.

이 약사는 "처방 받은 약을 정해진 날짜 안에 다 먹지 않고 그 날짜 후에 다른 처방을 받을 때는 앞의 처방 내역을 환자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또한 비타민 등 영양제나 임의로 구입해 복용하는 약도 있을 수 있으므로 모두 약사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약 먹을 때 우유와 먹어도 되나요?

보통 약과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으로 '우유'를 많이 떠올린다. 그런데 모든 약을 우유와 같이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항생제 종류가 있지만, 아이들 약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약사의 설명이다.

즉 아이에게 우유나 요구르트와 같이 약을 먹여도 약효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아이에게 약을 많이 섞어 맛이 쓴 우유를 먹이면, 나중에 보통의 우유까지 거부할 우려가 있다.

이 약사는 "오히려 자몽 주스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전에는 자몽을 많이 먹지 않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혈압약이나 항진균제, 콜레스테롤 관련 약 등을 자몽 주스와 함께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며 "간 효소 중에서 자몽주스를 대사하는 것과 이들 약을 대사하는 것이 같으므로, 함께 먹으면 약 농도가 상승하거나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숙취 때문에 머리가 아플 때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진통제를 사먹는 사람이 있는데, 이 역시 간독성 수치가 올라가므로 피해야 한다.

◇아이가 약을 토했는데 다시 먹여야 하나요?

어린 아이들에게 억지로 약을 먹이다보면 뱉어내고 토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는 약을 먹은 후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살펴야 한다. 30분 이내라면 다시 약을 먹여야 하고, 30분이 넘었다면 약이 어느 정도 흡수됐다고 보고 아이 상태를 두고 보는 것이 좋다.

약을 먹일 때는 토하는 즉시 다시 먹여야 한다. 토한 직후에는 뇌에 있는 구토 중추가 피로해져 구토능력이 상실되지만, 토한 아기가 안쓰러워 시간을 두고 약을 먹이면 또 토할 수도 있다.

◇알약을 빻아 먹어도 되나요?

알약 삼키는 것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 이들은 주로 알약을 빻아 가루로 만들어 먹는다. 굳이 캡슐로, 코팅으로 처리한 약을 다시 가루로 만들어 먹어도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되는 약이 있고, 안되는 약이 있다.

이 약사는 "가루약보다 알약 형태로 정제된 것이 조제나 복용 과정에서 소실을 줄일 수 있어 안정적이다. 그렇다 해도 대부분 알약은 가루로 만들어 먹었을 때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ER정이나 XR정과 같은 지속성 약물은 알약 형태 그대로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약물을 가루로 만들면 혈중 약물 농도가 너무 빠르게 올라가 지속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

◇약 먹는 것을 잊었어요

매일 아침 호르몬제를 복용하는 40대 ㄴ 씨는 한 번씩 잊어 먹고 오후가 돼서야 약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곤 한다. 그때 약을 먹어도 되는 걸까.

이 약사는 "환자 상태에 따라, 그리고 시간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고혈압 환자 중에서는 오전에만 혈압이 높고 오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절이 잘 되는 사람이 있다. 이런 환자가 아침에 약을 빠뜨리고 오후에 생각났다면 굳이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은 늦게라도 약을 챙겨 먹어야 한다.

이 약사는 "일반적으로는 아침에 한번 먹는 약을 빠뜨렸을 경우 점심때 생각났다면 먹는 것이 좋고, 저녁때 생각났으면 먹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저녁때 약을 먹고 다음날 아침에 또다시 약을 먹는다면 약 농도가 너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꼬박꼬박 빠뜨리지 않고 챙겨 먹어야 하는 약도 있다.

이 약사는 "간염 약의 경우 장기적으로 매일 먹어야 하는데 자주 빠뜨리면 내성이 생겨 약이 듣지 않게 돼 결국 약을 바꾸거나 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며 "다른 약도 내성 우려 등이 있어 약은 정해진 용량을 정해진 용법대로 잘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약사의 복약지도를 잘 듣고 잘 따르는 것이 제일 좋은 약 복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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