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밀양투쟁 1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제가 열렸다고 한다. 밀양투쟁은 76만 5000볼트라는 세계 최대 규모 송전탑 건설 반대투쟁이지만, 정부 에너지 정책의 완전한 질적 전환을 요구하는 새로운 지역주민 투쟁이었고 이후 청도·영덕과 같은 지역으로 전파될 수 있었던 모범이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먼저 밀양투쟁은 흔히 말하는 지역이기주의에 바탕을 둔 님비현상이 결코 아니라 기존의 에너지 관련 정책이나 법·제도가 가진 모순과 맹점을 세상에 알린 싸움이다. 한전은 어느 날 갑자기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변전 시설 주변 지원법'을 앞세워 토지 강제 수용에 나섰다. 수도권 주민의 편의만 일방적으로 반영한 정책이라 하더라도 원주민은 어디 가서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을 밀양투쟁은 고스란히 보여 주었다. 따라서 밀양투쟁의 주체들인 어르신들은 앞으로 이 '에너지 관련 3대 악법'을 개정하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밀양투쟁으로 말미암은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 원전 비중을 26.4%에서 27% 정도로만 높이기로 발표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세운 1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당시 원전 비중을 41%로 확대할 계획에 비하면 비중의 감소는 눈에 띈다. 즉, 정부 스스로 핵발전소 중심의 대용량 송전 시스템이 아닌 분산형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셈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 무리하게 고압 송전탑 건설에 목을 맨 이유가 무엇인지와 블랙아웃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말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밀양투쟁으로 두 명의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400명에 달하는 농촌주민이 입건되는 비극적 싸움이었지만, 평범한 시골 어르신들을 투사로 바꾼 싸움이기도 했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남겨줄 건 돈이 아니고 평생을 일군 땅이고 미래밖에 없지 않으냐는 한 할머니의 말이 커다란 울림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밀양투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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