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신당·주매·장재·세진 옛길 복원·생태체험마을로 자연친화적 관광·소득 창출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대표 김천일)가 우포늪(소벌) 둘레 생태체험마을을 적극 알리고 있다. 우포늪 둘레에는 생태체험마을이 신당·주매·장재·세진 등 네 군데가 있다. 제각각 가시연꽃·반딧불이·기러기·따오기가 표상이다.

협회는 2013년 정부가 우포늪 일대를 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생겨난 주민 중심 민간단체다. 2014년 9월 창립 총회를 열었고 올 1월 사단법인으로 설립 인가가 났다. 협회는 대체로 우포늪 일대 자연생태를 보전·복원하고 이를 활용한 체험·관광으로 소득을 창출하고 자연친화적 관광문화를 일으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주민 역량과 관심·흥미를 알맞게 재구성하는 일과 일대 마을을 제대로 가꾸고 알리는 일을 벌이고 있다.

협회는 나라 안팎 전문가를 초청해 마을별로 조언을 받고 람사르사이트에 등록된 산지습지 '용늪'이 있는 강원도 인제로 견학을 다녀왔다. 자기 마을의 특징과 장점을 찾고 이들 얼개를 짜기 위해 주민 모임을 진행하는 한편 관광·체험 프로그램도 다섯 차례 남짓 진행했다.

250살 된 팽나무 아래에서 바라본 우포늪.

그런데 문제는 찾아오는 사람들과 마을 주민들 사이에 서로 바라는 바가 다르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멀리서 올수록 (마을이 아니라) 우포늪 자체에 먼저 관심을 돌리기 십상이고 주민들은 어쨌거나 자기 마을로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서로 처지가 다르므로 이런 차이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을 주민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바깥 사람들이 우포늪 전체의 아름다움과 멋스러움을 먼저 맛보고 싶다는 바람을 막는 것이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체험장 방문 등을 위해 마을에 들어왔을 때 풍경을 둘러보면서 이야기나 사연에 재미를 느끼고 매력적이라고 여기도록 만드는 일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협회가 주민들과 함께 네 곳 생태체험마을 이야기길을 구성하는 데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아직 눈에 드러나도록 뚜렷하게 가꿔져 있지는 않고, 자취가 사라진 옛길과 옛 장소를 찾아내고 관련된 추억·기억과 옛이야기를 끌어내면서 안내팻말을 시험 삼아 세웠노라는 얘기였다.

협회 오상훈 사무국장은 22일 "이제 시작인 셈인데, 얘기가 있는 장소를 찾아 옛길을 복원함으로써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산책하듯 둘러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이 안내를 하면 소일거리도 되고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25일 하루 시간을 내어 둘레 생태체험마을들(걸어서 다녀도 좋을 만큼 붙어 있지는 않지만)을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었다.

가장 일찍 생태체험마을로 선정된 신당마을은 잘 가꿔져 있었다. 우포늪의 일부인 사지포를 향해 걸으며 보는 풍경이 그럴듯했고 쪽배타기 체험장·가시연꽃 재배지 등은 겨울철인데도 소담스러웠다. 마을에서는 오래된 흙집과 흙담장을 볼 수 있었다. 흙벽돌을 쌓아 만든 집도 있었고 짚·흙·잔돌을 섞어 지은 집도 있었는데 그대로 드러난 들보와 서까래가 이채로웠다. 간혹 고둥 껍데기도 박혀 있었는데 당연히 우포늪에서 말미암았으리라 짐작됐다. 한가운데 있기 마련인 대청이 부엌에 자리를 내주고 한편으로 밀려난 독특한 구조도 보였다. 요즘은 보기 어려운 것들이어서 새삼스레 흥미로웠다.

신당마을 구조가 독특한 옛집.

이어 찾은 주매마을은 당산나무길·서재마루길·참나무덤길·개구리덤길·안골갓길 등 오리 부리로 방향을 가리키는 나무팻말이 여럿 들어서 있었다. 팽나무노을길을 따라갔더니 잘 알려진 250년 넘게 묵은 팽나무로 이어졌다. 서쪽으로 우포늪을 채운 물들이 낙동강으로 빠져나가면서 저녁 무렵에는 붉은 노을이 바람과 함께 안기는 자리다. 경로당 뒤쪽 동산에 올랐더니 우포늪을 한 눈에 담으면서 걸을 수 있는 흙길이 한동안 이어졌다. 신당마을과 마찬가지로 군데군데 옛집이 남아 있었는데 허물어진 데를 메우고 조금 꾸미면 사람 눈길 잡는 효과는 단단히 낼 것 같았다. '왱왱' 오래된 탈곡기도 한 대 고장난 채 길가에 나와 있었다. 일본글로 '일본농림성' 권장품이라 적혀 있었는데 재활용해 체험거리로 삼으면 인기 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재마을 옛날주막터.

장재마을은 우포늪과 아주 가까우면서도 골짜기에 들어 있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우포늪에서 물고기를 잡는 '육지 속 어촌'이 특징이라 한다. 사지포쪽에서 들어가는 길은 짐승들도 많이 다니는 모양이어서 '고라니길'이라 이름이 붙어 있었고 왕버들이 무리지어 있는 풍경 어름에는 '왕버들 빨래터', 조금 바깥쪽에는 '옛날 주막터' 팻말이 서 있었다. 장재 사람들은 바로 옆 우포늪이 너무 훌륭해서 마을보다는 이런 것들과 이어지는 길을 찾아 가꾸는 모양이었다.(8월 15일 전문가 자문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뒷동산에서 내려다본 세진마을 풍경.

마지막 세진마을은 늠름한 소나무와 병풍 같은 대숲이 자리잡은 뒷동산에서 내려다보이는 품이 아늑하고 푸근했다. 곳곳에 남은 흙집과 담장도 그럴듯했으며 택호를 넣어 만든 문패는 웃음을 자아냈다. 마을과 들판과 뒷산을 온전히 한 바퀴 두를 수 있는 산책로가 인상적이었다. 2km 남짓이었는데 산모퉁이를 돌면 토평천을 감싸안는 제방에 오를 수 있다. 이어지는 옛 습지(삼박포) 자리는 길이 500m 너비 200m 정도 적지 않은 면적이 온통 부들밭이어서 새로웠다. 물이 빠지지 않는 묵정논이었지 싶은데, 바닥이 온통 흥건한 품새가 이미 습지로 돌아간 것 같았다. 갈대밭이나 억새밭과는 달리 처음 보게 된 부들밭은 여름·가을에는 눈이 무척 즐거울 것 같았다. 끝에는 마을 방향으로 '바랑곡'이 나 있는데 옛날 꼴머슴들이 지게로 나무 지고 넘던 자드락길이지 싶었다.

창녕우포늪생태관광협회는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1년 만에 투박하고 서투른 구석이 없지는 않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주체로 나서도록 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길은 제대로 잡은 것 같았다. 찾아오는 사람들 마음에 들도록 마을을 꾸미고 길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또한 마을 사람들이 움직여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마을이라는 공동체와 생태계를 함께 들여다보면서 뜻을 모아본다면 거기서 찾아낸 남다른 특징과 매력적인 장점을 갈고닦아 언젠가는 보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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