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째 수사 제자리…경찰 "제보 절실"

지난 10월 28일 오전 11시 15분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원계마을 입구에서 출발해 낮 12시 56분 무학산 정상에 도달했던 ㄱ(여·51) 씨가 하산로 6분 능선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수사본부를 꾸려 총력에 나선 경찰은 작은 단서 하나라도 찾을까 수소문을 거듭하고 있지만 시간은 무의미하게 흘러만 가고 있다.

◇사건 현장은 지금 = 24일 오전 원계마을 입구에서 일찍 산행을 마친 등산객들이 담소를 나누며 식당으로 들어섰다. 등산로 입구에서 만난 마을주민 백모 씨는 다른 해 겨울과 다를 바 없는 풍경이라고 말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매일같이 찾아오는 경찰들과 등산로 곳곳에 붙은 제보 전단 정도라고 그는 말했다.

피해자 ㄱ 씨가 올랐을 길을 따라 발길을 옮겼다. 처음 만난 갈림길에서 마침 산행을 마치고 혼자 내려오는 남자 등산객을 만났다. 그는 이틀에 한 번꼴로 무학산을 찾는다고 했다.

"사건 전에도, 그 후에도 계속 혼자서 옵니다. 사건 당시엔 등산객 발길이 좀 뜸하더니 지금은 평소처럼 등산객들이 좀 있네요."

지난 10월 29일 무학산 원계마을 방향 하산로 6분 능선에서 ㄱ(51) 씨가 숨진 채 발견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경찰 수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ㄱ 씨가 올랐을 산행로에 경찰 제보 전단이 붙어 있다. /최환석 기자

두 번째 갈림길 인근에서 여성 등산객 두 명이 시루봉 방향에서 내려오다 발길을 멈췄다. 남자 혼자 서 있는 모습에 경계를 하는 눈치였다. 기자 신분을 밝히고 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는 시간 날 때마다 혼자서 산을 탔는데 사건 이후로는 약속을 잡고 함께 등산해요. 오전에 혼자서 등산하던 사람들은 다 빠지고 무리지어 오는 사람들 위주입니다."

한참을 오르다 시루봉 갈림길로 올라가는 나무 계단 옆에 노란색 테이프 뭉치가 보였다. 경찰이 미처 처리하지 못한 폴리스라인 테이프였다. ㄱ 씨는 두 달 전 이곳에서 발견됐다. 현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낙엽과 나뭇가지에 덮여 있었고, 사건은 조금씩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가고 있었다.

◇경찰 수사 경과는 = 경찰은 지난 10월 29일 오후 3시 40분 숨진 채 쓰러져 있는 ㄱ 씨를 발견했다.

ㄱ 씨는 발견 전날 원계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했다. 낮 12시 56분 정상에 도착한 ㄱ 씨는 휴대전화로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 길로 ㄱ 씨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오후 9시께 남편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곧바로 수색 작업을 벌였고 다음날 오후 숨진 ㄱ 씨를 찾았다.

경찰은 ㄱ 씨 얼굴과 목 부분 눌린 자국과 입 안 혈흔이 있는 점 등에 비춰 타살로 가닥을 잡았다. 사인이 뇌출혈 일종인 지주막하출혈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ㄱ 씨 휴대전화가 없어진 점도 무게를 더했다.

수사 초반 경찰은 비면식범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등산객을 포함해 일대 움막 거주자, 동일수법 전과자 등으로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수사는 아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사라진 휴대전화 신호가 함안 칠원에서 잡히기도 했지만, 통신 오류 가능성이 있어 신뢰하기 어려웠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난 지금 수사 상황은 어떨까. 수사본부가 꾸려진 마산동부경찰서 김정완 서장은 수사에 진전은 없지만 반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직 뚜렷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 사소한 단서라도 좋으니 제보를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건 당일 등산을 했던 이들의 제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당시 비명소리를 들었다는 제보자 외에 당일 등산객 제보가 거의 없습니다. 0.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좋으니 제보 전화(형사계 055-233-7107)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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