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26일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 열어

"내가 죽더라도 송전철탑은 뽑아 달라."

팔순의 밀양 송전탑 반대 할머니들의 목소리다. 26일 저녁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가 연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 현장, 할머니들의 호소가 연이어 터졌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2005년 12월 5일,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들이 북과 꽹과리를 들고 한국전력공사 밀양지사 앞에서 시위를 벌인 데서부터 시작됐다. 밀양 사람들과 연대자(단체)들은 12월 26일 '송전탑 반대 투쟁 1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전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경남 창녕에 있는 북경남변전소까지 가져가기 위해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였고, 밀양에만 69기의 철탑이 세워졌다.

한전은 송전선로 공사를 마무리짓고 송전하고 있지만, 밀양 주민 193세대 302명의 주민들은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며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최근 <백서>와 <사진집>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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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우리는 이미 승리를 하였습니다"

무대에는 '우리는 이미 승리를 하였습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사회를 본 김덕진씨는 이날 행사를 두고 "앞으로 투쟁 10년을 결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문화제는 재미있게 진행됐다. <백서> 내용과 관련한 퀴즈를 풀면서 현장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됐다. 또한 이날 투쟁을 벌인 8개 마을을 시상했는데, 그 상의 이름도 재치 있었다.

'가리늦까 불붙어 활활 타오르다상'(동화전마을), '작은고추가 맵더라상'(용회마을), '질긴놈이 이긴다상'(골안마을), '소리없이 강한 할매상'(도곡마을), '밀양의 자존심 지켜주신상'(고답마을), '새벽종이 울렸네 힘차게 싸웠네상'(고정마을), '의리와 우정상'(모정마을), '쌀나눔 참농부상'(금호마을 조원규․우득순), '시작도 끝도 우리가 본다상'(여수마을), '오래도록 질기게 싸우다상'(위양마을), '고통을 딛고 우뚝 일어서다상'(평밭마을), '일당백 일당만상'(옥산마을 윤나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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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주민대표들은 상장과 양동이 등 각종 물품을 상품으로 받았다. 이남우 할아버지는 "상은 한 사람이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무겁지만 마음은 창공을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문정현 신부가 제작한 서각 작품을 주민에게 대신 전달하며 안아줬다. 서각에는 문정현 신부가 직접 제작한 '밀양 할머니'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송전철탑을 뽑아 내는 그날까지 투쟁하자"라고, 김말해(87) 할머니는 "내가 죽더라도 송전철탑은 뽑아달라"라고, 손희경(80, 덕촌) 할머니는 "끝까지 연대해서 철탑을 뽑는데 도와달라, 바람은 그것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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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이어 연대단체 대표들이 무대에 올랐다. 장형찬 새만금송전철탑반대대책위 대표는 "우리는 8년째 싸우고 있다, 밀양 어르신들의 노고에 감격했고 배우러 왔다"라고, 이은주 청도삼평리 부녀회장은 "우리는 7년째 싸우고 있는데, 처음에 밀양 주민들이 반갑게 손을 잡아줬고 우리의 싸움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 본다"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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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박혜경 영덕핵발전소반대범군민연대 대회협력위원장은 "우리는 5년째 싸우고 있는데 지역공동체는 파괴되고 주민들의 피로감은 높다"라면서 "국가 이름으로 어떻게 이렇게 난도질을 할 수 있나, 밀양 싸움이 영덕 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땅에서 핵이 없어지도록 하자"라고 말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정부는 더 이상 초고압 송전선로 공사를 못 짓겠다고 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라면서 "반드시 송전철탑을 우리 손으로 뽑아낼 수 있도록 하자"라고 강조했다.

무대 공연이 이어졌다. 주민들이 '산길 올라가기'와 '나무 끌어안기'를 선보였고, 부북면 주민들이 '밀양아리랑'을 개사한 노래 '송전탑 아리랑'을 합창했다.

주민 김정회·윤여림씨는 사회자 김덕진씨와 '싸움의 과정 토크'를 진행했고, 성 올리베따노 베네딕조 수녀회 수녀들의 합창도 있었다. 또 주민들은 '송전탑 부수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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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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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주년 기념 문화제가 26일 오후 6시 부터 밀양 삼문동 문화체육회관에서 열렸다./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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