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화계 결산] (3) 문학·학술

올 한 해 문학계는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논란으로 시끄러웠습니다. 알고보니 지역에서 15년 전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한 일이었죠. 또, 경남 지역에 발자취를 많이 남긴 최치원 선생을 조명하는 작업도 왕성하게 벌어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젊은 시인들이 뜻을 모아 기존 협회가 아닌 새로운 단체를 결성하기도 했습니다.

◇신경숙 표절 문제제기 = 지난 6월 이응준 소설가가 신경숙 소설가의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소설 '우국'을 표절했다고 인터넷 매체에 글을 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 15년 전 신경숙 소설가 표절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정문순 문학평론가.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5년 전인 지난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신경숙 소설가의 표절 문제를 먼저 제기한 정문순(<경남도민일보> 칼럼진) 문학평론가의 글이 다시 조명됐다. 정 평론가는 "표절에 대한 기준조차 없으니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표절이 생겼다"며 "가장 크게 바뀌어야 하는 것은 문단이다. 공정한 인사로 독립 위원회 등을 꾸려서 당장 표절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의 장치를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또 다른 작가의 표절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또, 문단 내 침묵의 카르텔, 문단 권력 등에 대해 되돌아보고 점검할 기회로 작용했다.

◇최치원 조명 사업 활발 =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올해 초 서울에서 열린 '2015 중국 방문의 해' 개막식에서 최치원 선생의 시구를 인용하면서 최치원 선생 조명 사업이 두드러졌다. 경남 지역에서 최치원 선생이 남긴 흔적을 찾는 움직임이 활발했다.

경남대가 고운 최치원 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는 고운학연구소를 열었다. 대학 측은 학교 옆에 '월영대'가 있고, 대학 부지 안에 최치원 선생이 거처했던 '별서'와 '월영서원'이 있었다며 선생과의 인연을 내세웠다. 최치원과 관련한 전국 학술세미나도 개최했다.

▲ 경남대 고운학연구소 개소 모습.

마산문화원과 사단법인 고운 최치원 기념사업회도 '고운 최치원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 합천 등 여러 지역에서도 학술 세미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내년 '중국인의 한국 방문의 해'를 앞두고 최치원 선생에 관한 문화콘텐츠를 관광사업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움직임도 많다. 합천·함양·창원·경주 등 전국 8개 자치단체는 지난 7월 '최치원 인문관광 도시연합협의회'를 구성했다.

◇부·울·경 젊은 시인 모임 발족 = 이달 초 진주교육지원청에 경남·부산·울산 지역 시인 50여 명이 모였다. 시인들이 이 시대와 지역 문학을 걱정하며, 목소리를 내고자 한 것이다. 지난 1986년 4월 5일 진해 우일예식장에서 '부산경남 젊은 시인 회의'가 만들어진 지 30여 년 만이다. 기존 문인협회가 아닌 새로운 단체다.

모임 발족을 제안한 최영철 시인은 "현재 문학이 당면한 자리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위태로워지고 작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학이 없어질 것"이라며 "시인은 위기 상황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시인의 민감한 촉수가 문화적 허영심으로 됐다. 이제 시뿐만 아니라 문학 전체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서울 문단에 불만을 터트릴 게 아니라 지역에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지역끼리 모여서 나태를 깨부수자"며 이 단체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부산권 유지소 시인, 창원권 김승강 시인, 진주권 유홍준 시인, 울산권 임윤 시인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 지난 5일 발족한 경남·부산·울산 젊은시인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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