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하는 게 두렵다. 외출해도 실내가 대부분이라서 다른 사람들이 한 공간에 같이 있게 되니 혹시 불편하게 할까봐 신경 쓰이는 게 사실이다. 워낙 사소한 일들에도 맘충이라는 말이 나오니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맘충은 엄마인 '맘'자에 벌레 '충'자를 붙여서 엄마들을 비하하는 말이다.

남편이 벌어다주는 돈을 카페나 음식점에서 펑펑 쓰면서 감당 안 되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주는 엄마들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 표현대로라면 나도 맘충이다.

물론 나도 같은 엄마로서 이해되지 않는 엄마들의 행동을 보면 저러니 단체로 욕을 먹지 싶을 때도 있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천지분간 못하고 뛰어다니는데도 엄마들은 대화한다고 신경 안 쓰거나 휴대폰만 보고 있다든지, 공공장소 에티켓 따위는 무시하고 실내에서 아기 기저귀를 간다든지 소변을 누이는 행동 등은 정말 엄마들이 자제할 필요가 있다. 몇몇의 그런 행동이 불거지면서 엄마들이 다 그런 것처럼 동일시된 게 맘충으로 표현된 게 아닌가 싶다.

대부분은 안 그런데 애 키우는 엄마 모두를 맘충이라고 표현하니 속상하고 불편하다. 보통의 엄마들은 집에 있건 밖에 있건 자신은 돌보지 못하고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바쁘다. 평소에는 주지도 않는 군것질거리들을 먹이게 되고, 그렇게 달래도 찡얼거리면 뽀통령이 나오는 휴대폰을 쥐여주게 된다. 그렇게 상황은 종료되지만 아이는 주변에 피해를 주고 있지 않음에도 주변에선 저렇게까지 하면서 나오고 싶나 하는 눈빛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엄마도 친구가 있고, 엄마도 약속이 있고, 엄마도 사회생활이 있다. 사실 집에서 애보는 것보다 밖에서 애 보는 게 더 힘들다. 집에서보다 더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밖에 나오는 건 육아에 지쳐있는 스스로를 달래주기 위함이다. 두 세 시간 몸은 힘들지만 그렇게 외출하고 오면 다시 육아전쟁을 시작할 힘이 충전된다. 이제 난 주말이 아니고선 혼자 외출하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카페에 온 엄마들을 보면 민폐라기보다 '고생한다, 힘들겠다'하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김성애.jpg
출근도 없고 퇴근도 없이 24시간 매일 끝이 안 보이는 육아를 하고 있는데도 비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처럼 비하를 하는 시대에 누가 온전히 기쁨으로만 육아를 감당하겠는가. 안 그래도 각박한 세상, 맘충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서 먼저 그들의 마음을, 행동을 헤아려주고 서로 이해해주는 따뜻한 연말이길 바란다.

/김성애 구성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