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동구밖 생태 역사 교실] (10) 1년 여정 마무리

◇생태체험 : 부산 명지철새탐조대 ~ 다대포해수욕장

11월 21일 마지막 생태체험은 느티나무·어울림·회원한솔·샘동네·옹달샘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부산에서 함께했다.

11월이면 겨울철새가 우리나라에 적지 않게 날아와 있다. 부산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다. 부산 남명초등학교 앞에 있는 명지철새탐조대는 많은 겨울철새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명소다. 을숙도가 더 많이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거기 에코센터에서 보는 철새는 여기 탐조대보다 많지 않다.

기본 설명은 버스에서 이미 했다. 우리나라 철새는 종류가 매우 많다. 그것을 세세하게 알려고 하면 머리만 터진다.

명지철새탐조대 앞 제방에 앉아 있는 아이들.

크게 구분해 오리, 기러기, 고니 이렇게만 알아도 된다. 오리가 가장 작고 고니가 가장 크며 기러기는 중간이어서 거위랑 비슷하다.

오리는 파닥파닥 조급하게 날고 고니는 너울너울 여유롭게 날며 기러기는 날 때 'V' 등 모양을 이룬다. 도요새와 물떼새 무리도 있는데 대체로 다들 오리보다 작다. 대신 도요새는 다리가 긴 편이고 물떼새는 짧은 편이다.

고니라 하면 아는 사람이 적지만 백조라 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백조는 고니의 일본식 이름이다. 고니는 2만~3만 마리밖에 없는 멸종위기종인데 낙동강 하구를 비롯해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소벌) 등지에서 20~30%에 해당하는 5000마리 안팎이 겨울을 난다. 고니가 일본에서는 사람을 따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피해다닌다. 일본 사람은 고니한테 먹이를 주지만 한국 사람은 돌을 던져서 날도록 해놓고 사진을 찍는다.

이런 상식을 익힌 아이들에게 명지철새탐조대는 좋은 놀이터였다.

미션지를 받아든 아이들은 설명글과 안내판을 찾아 뛰어다니며 해답을 찾는다. 아이들 웃는 입술에는 즐거움이 묻어 있다. 오래지 않아 미션 문제를 다 풀고는 모였다. 그에 따라 1000원짜리 두 장이 든 '쥐꼬리 장학금'을 건네고는 본격 철새 보기에 들어갔다.

망원경으로 철새 모습을 생생하게 본 아이들은 이제 맨눈으로도 오리와 기러기와 고니 정도는 구분할 줄 안다.

"저어기 고니 같아 보이기는 하는데 좀 작고 거무스름해요." "몇 마리가 모여 있지? 어린 고니들이야. 고니는 어릴 때는 잿빛이다가 자라면서 하얀색으로 바뀌거든." "나무막대 끄트머리에 앉아서 꼼짝 않는 새도 있어요." "미션 문제에도 나왔었지? 황조롱이란다. 가만 있다가 먹이가 눈에 띄면 쏜살같이 날아간단다."

이어 다대포해수욕장으로 옮겨가 점심을 먹고는 바닷가로 나갔다. 바람이 자고 하늘이 맑고 날까지 푸근해서 아이들 갯가 따라 뛰어다니며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몇몇은 덱길을 따라 산책을 즐기며 바닷물 속에서 게와 조개를 잡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너르게 펼쳐진 백사장에서 모래를 파내고 쌓으며 놀았다.

철새를 살펴보는 탐방대.

이렇게 하다 보니 1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2015년 토요 동구밖 교실-생태체험도 1년이 후딱 지나갔다.

◇역사탐방 : 양산 통도사 ~ 북정동 고분군

2015년 마지막 역사 탐방은 11월 21일 양산으로 떠났다. 회원큰별·안영·정·이동·샘바위·자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함께했다.

올해는 단풍이 유난히 곱더니 그마저도 잠깐, 아이들과 함께 찾은 통도사에서는 부지런히 가을이 지고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들은 저마다 팀을 찾아서 짝을 이루고 수행해야 할 미션 문제를 기다린다. 함께한 1년 동안 역사 탐방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만큼 의젓해졌다.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 같지만 몸과 마음이 조금씩 자라난 것이다.

역사에서는 절이 아주 기본이라는 얘기는 미리 해 두었다. 종교가 다른 어른들의 불편함이나 절을 종교의 산물로만 여기는 아이들 편견을 없애려면 절과 우리 역사의 관계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욕심도 버려야 한다. 절에 있는 모든 것에는 제각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렇다 보니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제대로 담지도 못하고 관심도 사그라진다. 가장 끌리는 부분부터 하나씩 알아가는 방법이 좋다. 통도사에서는 미션이 모두 열 개였는데 이것도 사실 적지는 않다.

해설사 선생님 이야기를 듣는 탐방대.

열 문제 가운데 단 한 팀도 맞히지 못한 문제가 둘 있었다. 범종루에 소리를 내는 물건이 모두 몇 개 있는지와 삼층석탑에 기단이 몇 개 있는지였다. 범종루에는 모두 네 가지가 있다. 쇠로 만든 범종, 짐승 가죽으로 만든 법고, 나무로 만든 목어, 쇠로 구름 모양을 낸 운판이다. 이것들이 소리를 내서 세상의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1년 동안 하다 보니 탑이 몇 층인지쯤은 이제 시시하다. 그런데 갑자기 기단이 몇이냐 묻는 문제 앞에서는 '기단이 뭐지?' 하며 고개를 갸웃한다.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가 아는 것은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임을 일깨운 문제였다.

훗날 오래 기억될 것은 맞힌 문제보다는 틀린 문제일지 모른다. 실패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얻듯이 말이다.

북정동 고분군에서 단체 사진.

오후에는 양산시립박물관 옆 북정동 고분군을 찾았다. 그 가운데 하나가 부부총인데 거기 유물들은 지금 모두 일본에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빼앗아갔다. 2013년 '백년만의 귀환-양산 부부총 특별전'을 일본에서 유물을 빌려와 했다는 말에 '우리 것을 왜 빌려 오지?' 그런 표정들이다. 무덤을 일컫는 '능(陵)'과 '분(墳)'과 '총(塚)'을 구분할 줄 아는 친구는 별로 없다. '능'은 주인이 밝혀져 있고 '총'은 주인을 모르는 무덤이며 '분'은 모든 무덤을 일컫는다는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은 포만감을 누린다. 관심은 사소한 데서 비롯된다. 역사탐방은 역사 관련 지식 주입이 아니라 관심 갖기를 통한 동기 부여가 목적이다.

마지막이어서 아쉽다는 말이 소감글에서 쏟아졌다. 진심이든 아니든 기분 좋고 고맙다.

건강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로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했다. 함께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보람 있었기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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