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왕의 이같은 사치음일(奢侈淫佚)이 계속되자 국고는 비고 국력은 피폐하고 백성의 원성은 하늘에 닿았다.

간하는 신하가 있으면 가차없이 목을 베었다.

백관들은 견딜 수가 없었다. 걸왕을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신하인 탕(湯:殷나라의 開祖)을 중심으로 뭉쳐 걸왕을 쳤다.

걸왕은 명조로 달아났다가 드디어는 굶어죽었다. 말희는 궁정에서 잡히어 즉시 목베여 죽었다.

은나라가 망할 때쯤 되어서는 말희보다 한술 더 뜨는 달기라는 천하절색이 나타났다.

절대적인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고 판단한 달기는 어느날 은나라 주왕(紂王)에게 아양떨며 말했다.

“대왕께서는 그 언변이 비행이라도 선행처럼 느끼게 하는 달변이시고, 민첩한 행동에 매우 영민하시고, 세상 보시는 눈이 뛰어나시며, 그 재질과 완력이 맨손으로 맹수를 쳐죽일 수 있으며, 지혜는 충신과 간신을 확실하게 판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아닙니까.”

“달기 그대야말로 미모뿐만 아니라 인걸을 알아보는 혜안까지 지녔구려!”

“그런 절대권력의 대왕이시니 살아생전에 철저한 행복을 누릴 자격이 계신 걸로 생각합니다.”

“옳거니! 인생은 문틈 새로 사두마차가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만큼이나 짧소. 촌음을 아껴서 그대와 절대행복을 누려봅시다.”

달기 역시 말희처럼, 주왕이 유소씨국(有蘇氏國)을 징벌했을 때 공물로 바쳐져온 희대의 미녀였다.

“왕의 위엄을 사해에 떨치고,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재물이 넉넉해야 합니다.백성들로부터 충분하게 거둬들여야지요.”

주왕의 가렴주구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창고에는 수탈한 돈과 곡식과 비단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대왕의 위엄에 걸맞은 궁궐을 지으셔야 합니다.”

“알겠소. 그대의 소청이 곧 어명이오.”

궁전은 온 국력을 기울여 크고 호화롭게 지어졌다.

“집만 댕그머니 크게 지으면 뭣합니까. 내전에는 진귀한 기물과 보석으로 장식하시고, 동산에는 전국의 진귀한 짐승을 놓고, 연못에는 희귀한 물고기로 채워야지요.”

달기는 그 미모 못지않은 명기(名器)의 소유자였다. 남성이 교접때마다 쾌감의 절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백전불패의 옥방비결을 터득하고 있는 여자였다.

주왕이 국정을 팽개치고 달기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인 듯했다.

“대왕, 오늘 밤에는 소첩이 배워둔, 교접시의 용번(용틀임을 하면서 날고 있는 형상) 체위로 대왕을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주왕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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