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 10년 기자간담회…거짓·폭력 진실규명·탈핵운동으로 확산 계획

밀양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해온 밀양 주민의 투쟁이 꼭 10년을 맞았다. '밀양 송전탑 사태'는 단일 국책사업으로는 가장 긴 시간 동안 이루어진 최대의 저항 사건으로 꼽힌다.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2005년 5월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이 한국전력 밀양지사 앞으로 몰려가 북과 꽹과리를 두드리며 집단 시위를 벌이면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10년 동안 두 명의 노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현장에서 응급 이송된 이들만 100명이 넘는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송전탑 반대 투쟁과 관련한 입건자 수는 총 383명에 이른다. 특기할 만한 점은 2013년 이후 기소돼 재판을 받는 이들의 연령대별 분포가 80대 3명, 70대 11명, 60대 14명, 50대 12명, 40대 4명이라는 점이다. 전국에서 집결한 연대활동가 또한 69명이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13년 공사 재개 후 밀양에는 연인원 38만 명의 경찰력이 동원되기도 했다.

2014년 12월 밀양에 69기의 철탑이 모두 세워졌지만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나온 10년을 반추하는 한편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17일 서울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가 10주년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임채민 기자

◇"우리는 이미 승리하였습니다" = '불합리한 법으로도 안 되니 거짓말로 시작해 폭력으로 송전탑 건설을 마무리 지었다'는 주장에는 변함이 없었다. 언젠가 꼭 청문회라도 열어 '밀양의 진실'을 알리겠다는 것이 이날 모인 이들의 의지였다. 송전탑이 세워졌다고 해서 송전탑 반대 운동을 접을 수 없는 이유였다. 또한,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제2, 제3의 밀양이 탄생하고 있는 것 또한 탈핵운동을 멈출 수 없게 했다.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 공동위원장인 김준한 신부는 지나온 시간에 대해 "새로운 길을 알게 되는 깨달음의 길이었다"고 말했다. '밀양 투쟁'이 국가 전력 수급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핵 발전소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조금이나마 바꾸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이다. 고리 1호기 수명 연장 계획이 중단됐고, 밀양 투쟁 이후 전국 곳곳의 신규 송전선로 건설은 주민의 저항으로 제동이 걸려 삐걱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서 대용량 발전과 장거리 고압 송전 방식에서 탈피하려는 여지를 남겼다.

지금까지 반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밀양 주민과 연대 활동가는 "우리는 이미 승리하였습니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앞으로 남은 과제를 이야기했다. 지난 10년간 밀양에서 이루어진 정부·한전의 거짓말과 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것이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은 "밀양이 한국 탈핵 시민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며 "세월호 진상조사위 청문회가 열리는 것처럼 밀양 청문회를 열어 사업 자체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밝혀내고 주민의 명예회복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역사에 남을" 백서 발간 =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전원개발촉진법', '전기사업법', '송·변전 시설 주변 지원법' 등을 밀양 사태를 가능케 한 '에너지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앞으로 뜻을 함께하는 정치권과 법 개정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초고압 송전선로와 핵발전에 반대하는 전국 곳곳의 주민과도 적극 연대하기로 했다.

특히 '명예회복과 진상 규명'을 위해 반대대책위는 10주년을 맞아 6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백서를 발간했다. <밀양송전탑 반대 투쟁 백서 2005∼2015>에는 지난 10년간 행적이 거의 빠짐없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꼼꼼하게 기록된 반대투쟁 연보, 인권침해 사례, 공동체 파괴 사례, 에너지 정책 논란, 주요 기록물 등은 향후 밀양의 역사를 대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백서 발간에 참여한 이보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2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정부 스스로 핵 발전소 중심의 대용량 송전 시스템이 아닌 분산형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게 한 건 밀양 어르신의 역사에 남을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계삼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 사무국장은 "정부와 한전의 거짓과 회유를 기록으로 남겨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했다"며 "앞으로도 제2, 제3의 밀양이 나왔을 때 우리가 걸어왔던 길이 좌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6일에는 밀양 문화체육회관에서 '밀양 투쟁 10년'을 기념하는 문화제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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