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삼 감독 지도자 은퇴…제자 정경진 천하장사 등극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꼽아
'털보 감독'으로 친숙한 창원시청 씨름부 이승삼(55) 감독이 지도자 은퇴를 선언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팀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최근 시와 시체육회에 은퇴 의사를 전달했다. 시체육회도 이 감독의 의사를 받아들여 조만간 신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지난 1991년 경남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 감독은 이로써 24년 만에 정든 씨름판을 떠나게 됐다.
15일 창원의 한 커피숍에서 〈경남도민일보〉와 만난 이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계속 걸을지, 아니면 제2의 인생을 설계할지 고민하다 어렵게 결단을 내렸다"면서 "주위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줘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팀을 떠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17, 21, 36대 등 세 차례 한라장사 타이틀을 획득했던 이 감독은 천하장사 타이틀을 획득하지 못한 채 1991년 3월 선수 생활을 접었다.
은퇴 후 울산에서 사업을 준비 중이던 이 감독은 모교인 경남대에 인사차 들렀다가 박재규 총장의 끈질긴 설득에 경남대 씨름부 감독이 됐다.
그는 "은퇴 전 연봉이 2500만 원이었는데, 당시 경남대 감독 월급은 80만 원에 불과했다"면서 "하지만, '후배들 한 번 키워봐야지'라는 총장님의 말이 귓속을 맴돌아 도저히 마산을 버릴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승승장구해 경남대, 마산씨름단, 창원시청을 거치며 박성기, 노명식, 이민섭, 정경진 등 학창시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선수를 발굴해 대형 스타로 만들었다.
그는 지도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지난해 제자 정경진의 천하장사 등극을 꼽았다.
이 감독은 "내 평생의 한을 풀어줘 죽을 때까지 경진이는 잊지 못할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또, 이 감독은 경남대 감독으로 재임 중 당시 대학 최강자 영남대를 꺾고 우승한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당시 영남대는 대학 랭킹 최강으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팀이었다. 결승전이 열리기 전날 고기 20인분과 소주 10병을 시켜놓고 선수들에게 '폭탄주'를 돌렸다. 약발이 통했는지 다음 날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 냈다"며 웃었다.
그는 당분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 감독은 "최근 들어 우연히 예술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았는데, 전혀 어울리지 않겠지만 내 속에 예술 기질이 있는 걸 발견했다(웃음). 그래서 요즘엔 창동예술촌에서 서양미술사도 공부하고 각종 전시도 둘러보고 사진 찍는 것도 배우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는 인생 2막을 열 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사업을 할 계획이 있다. 지도자로서 명성을 쌓았으니 이제는 돈도 좀 벌어 그동안 도와준 분들께 좀 베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치를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는 "유명한 점술가가 나를 보고 '이 장사가 이만기 교수보다 정치 기운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장도 하다못해 논두렁 정기를 받아야 한다는데, 제대로 된 정치를 하려면 하늘이 도와야 한다. 하늘이 돕는다면야 외면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비록 지도자의 길을 은퇴했지만 어떤 자리에 있든 그는 영원한 씨름인 '털보 이승삼'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