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역경 딛고 키운 산수유 마을 미래 먹거리 됐죠"

의령 석천마을은 화정면 소재지에서 약 1.5㎞, 의령읍으로부터 약 18㎞ 떨어진 한적한 시골마을이다.

방갓 모양의 방갓산과 투구처럼 생긴 국사봉, 그리고 다섯 개의 몽실한 봉우리가 이어진 오봉산 등 높은 산으로 에워싸여 예부터 물 좋고 공기 좋고 인심이 좋기로 소문난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인구가 많을 때는 104가구에 400명이 사는 큰 마을이었으나 점차 인구가 줄어 지금은 74가구에 132명이 살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이 절반이 넘는 이 마을에 심부름꾼 하영순(64) 이장이 있다. 지난 2013년 3월 1일 처음 마을을 대표하는 이장을 맡았고, 벌써 3년째다.

하 이장은 1992년 지병을 앓던 남편을 떠나보낸 슬픔을 채 잊기도 전에 맞닥뜨린 것은 고달픈 생활이었다. 어린 세 아이와 함께 살아가려니 막막했다. 결국 적은 농사로는 네 식구가 먹고살 수가 없어 인근 진주로 가 막노동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건장한 남자들도 하기 어려운 노동판에서, 게다가 미장일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남몰래 수없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영순 석천마을 이장.

그런 억척의 여인이었지만 언제나 남편,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던 고향 마을을 잊을 수가 없었다. 결국 하 이장은 진주에서의 8년 생활을 정리하고 정든 옛집으로 돌아와 다시 농사에 뛰어들었다. 농사일로 아이들을 키우기가 어려웠지만 힘들게 키운 세 아들은 모두 출가해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생활하고 있단다.

지난 2006년 장수마을로 선정된 석천마을은 그 보상으로 3년간 1억 5000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이 자금으로 건조장 설치 등 마을 편익사업과 각종 소득증대 사업을 펼쳐왔다.

그런 가운데 하 이장이 마을 일을 맡으면서 마을 입구부터 안길까지 산수유나무 100그루를 심기 시작해 봄이면 마을을 화사한 노란 꽃길로 만들었고, 가을에는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보는 이로부터 풍요로움을 자아내게 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역경을 견뎌내고 힘들게 살아온 보람이 꽃으로 피어나고 탐스러운 열매로 열린 것이다.

석천마을의 농가소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마을 인근 곳곳에 방치됐던 황무지 밭을 개간해 고사리 심기 작업을 주도하면서 많은 핀잔을 받기도 했단다.

"고사리가 무슨 돈이 되느냐" 등의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있었지만 설득과 마을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서 이제는 어엿한 고소득 작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하 이장이 마을이장을 맡은 해 관광자원화와 농가 소득을 위해 심기 시작한 산수유는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면서 꾸준한 관리를 통해 열매를 채취하고 말려 첫 수확을 했다. 첫해에 큰 소득이 올라오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주민 스스로 제초작업을 하는 등 꾸준하게 관리한 결과 지난해에는 80㎏의 산수유 열매를 수확, 이를 시장에 내다 팔아 200만 원이라는 큰 소득을 올렸다.

하 이장은 올해도 산수유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사업을 건의해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렇게 받은 지원금으로 산수유나무 100그루를 추가로 심었고, 이 산수유는 마을의 든든한 자산으로 자라고 있다.

하 이장은 마을 주민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일에도 남다른 열정과 지도력을 발휘해 주변의 편견을 불식시켜 나갔다. 말보다는 몸으로 실천하고,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일하며 직접 발로 뛰었단다.

이런 하 이장의 각오는 단 하나다. 마을 이장으로서 맡은바 본분에 충실하고 마을 주민 소득증대와 편익 증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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