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우해이어보] (7) 삼치…옛 문헌 곳곳 '시고 텁텁한 맛' 아무리 먹어봐도 아리송

군 시절 위로가 된 겨울반찬, 지금부터 1월까지 제맛

나는 삼치라는 고기를 군대 시절에 처음 맛봤다. 1식 3찬으로 나오는 군 시절 겨울철 식단에 자주 올랐던 녀석이다. 국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찌개도 아닌 애매한 음식을 식판에 받아먹었는데, 짭짤하게 적당히 간이 밴 무와 그 푸석거리던 삼치살의 식감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 뒤 군을 제대하면서 삼치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지만, 내 기억 속의 삼치는 30년 전 고달픈 군 생활과 혹독한 겨울철 추위를 달래 준 고마운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삼치는 농어목 고등엇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지금부터 1월까지가 가장 맛있을 때라고 한다. 그래서 이즈음에 삼치를 소개하기로 미리 정해 두었던 것인데, 출어도 하기 전에 난감한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녀석을 만날 기대에 몇 곳에 문의를 하였더니 우해 일원에서 삼치가 잡히는 시기는 9~10월 무렵이란다. 지금 이 철에는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낚시 여행을 나서지 않고는 삼치를 만날 수가 없다고 한다. 바다 사정을 모르는 내게서 비롯한 패착이니 어쩌겠는가.

▲ 마산어시장에서 파는 삼치./최헌섭

고민 끝에 색다른 방식으로 녀석을 만나고자 마침 군에서 첫 휴가를 나온 아들과 함께 갯 내음 물씬 나는 어시장으로 짧은 여행을 떠났다.

좌판에 죽 펼쳐놓은 고기를 살피던 중 눈길을 끄는 녀석이 있었다. 사진으로 미리 눈에 익혀 둔 삼치였다. 몇 곳을 더 둘러보니 서너 집에서 삼치를 팔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물이 좋아 보이는 곳에서 몸값을 물어보니 팔뚝만 한 놈은 두 마리에 1만 원이고, 좀 더 커 보이는 녀석은 세 마리에 2만 원이라 한다.

"방어의 맛과 비슷하나 더욱 시다…이를 최고의 진미라 여긴다"

삼치는 우리나라 여러 곳에서 잡히는데,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실린 토산에는 바다를 낀 곳 가운데 경상도와 전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나온다고 한다. <여지도서>(18세기 중후반)와 <해동지도>에는 진해현을 중심으로 한 우리 지역 경남 해안 지역에서 삼치가 난다고 소개된 곳은 없다. 그런데 그 뒤로 50년도 안 되어서 나온 <우해이어보>에 떡 하니 실려 있으니 제대로 살펴봐야겠다고 부지런히 자료를 뒤지지만 뜻밖에 알려진 바가 적다.

<우해이어보>에서는 "삼치( )는 음이 삼치인데 방어의 한 종류다. 색은 엷은 청색이며 입이 작다. 맛은 방어와 비슷하나 맛이 그보다 더욱 시다. 이곳 사람들은 신맛을 '초( )'라 한다. 해서 '참어( 魚)' 즉 신고기라고 부르며 최고의 진미라 여긴다"고 했다.

그 이름을 삼치라고 한 것은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도 보인다. 이 책에서는 마어(麻魚)라 했으니 삼 마(麻)자의 뜻을 빌려 그리 적은 것이다. <현산어보>에서는 달리 '망어'라고도 하는데, <현산어보>에서 삼치를 그렇게 부른 것은 구렁이처럼 등에 검은 무늬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을 담정은 엷은 청색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그가 삼치의 성질이 가물치와 비슷하다고 한 것과도 일견 통한다. 바로 삼치의 몸통 측면에 회청색 반점이 세로로 나 있는 것을 가물치와 비슷하게 본 것일 터이다. 방어의 한 종류라고 한 것은 그 생김새가 방추형이고, 크기가 비슷해서 그리 본 듯하다.

삼치를 굽는 모습./최헌섭

또한 맛은 방어와 비슷하지만 더 시다고 했다. <현산어보>에서도 "맛은 시고 텁텁하다"고 했는데 시다는 것이 무엇을 이르는지 모르겠다. 신맛 때문에 비롯한 이름이라면 산어(酸魚)라고 했을 텐데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혹 삼치가 지방이 많고 살이 연해서 잘 상하기 때문에 그것을 신맛이 난다고 느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현산어보>에서 손암이 텁텁하다고 한 것은 그것을 익혀 먹을 때의 식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군 시절 이 고기를 처음 먹었을 때 내 느낌도 그랬다. 이런 개인차는 <우해이어보>와 <현산어보>, <난호어목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는데, 진해 현지인들은 이런 신맛을 진미(珍味)라 했고, 손암은 "시고 텁텁하여 별로 좋지 않다"고 했으며, 서유구의 글에는 "맛이 극히 좋다"고 했다.

나로서는 담정과 손암이 시다고 한 그 맛을 이해하기 어려워 몸소 느껴 보기로 했다. 급한 대로 어시장에서 구한 삼치는 제쳐놓고, 시내의 한 횟집에서 통마리 구이를 시켜 맛을 보았는데, 육질은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예전 군 시절에 먹던 것보다 푸석거림과 텁텁함도 덜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다고 한 맛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묻어두었다 젓갈을 담그면 맛이 좋다고 용란 이라 불렀다는 알

담정은 삼치의 생식방법에 대해 "바닷가의 상인들이 말하기를 봄에서 여름으로 바뀔 즈음에 물가에 몰려와 구렁이와 교미하고, 가을이 되면 알을 낳아서 머금고 있다가 꺼내서 얕은 물가 모래가 많은 곳에 구멍을 파고 묻어두면 이듬해 봄에 새끼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면 그 성질이 가물치와 비슷하니 반드시 독이 있을 것이다"고 했다. 아마 이것은 삼치가 바닷가에서 수정하면서 꿈틀거리며 엉키는 모습이 마치 구렁이와 삼치가 짝짓기를 하는 모습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가을이 되면 모래 해안에서 입으로 알을 토해내어 묻어 두면 겨울을 지나 부화한다고 묘사하였다. 이어서 "이곳 사람들은 그 알을 용란(龍卵)이라고 한다. 해마다 서리가 내리고 나서 남녀가 쇠가래로 모래를 파내어 알을 얻는다. 젓갈을 담그면 매우 맛있고 말려서 먹어도 일품이다"라 했다. 가을에 묻어둔 그 알로 삼치알젓을 담가 먹거나 말려서 먹으면 맛이 좋다고 했으니 오죽했으면 용란이라 했을까.

삼치에 양념을 곁들인 모습./최헌섭

이어서 "삼치와 비슷하여 삼치사촌이라 불리는 근연종이 있는데, 매우 작고 맛도 떨어지므로 이곳 사람들도 즐겨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것이 근연종인지 성어가 되지 못한 것을 이르는지는 확실치 않다.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삼치를 잡아먹었을까. 남해 일원의 섬에 있는 신석기시대 조개더미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삼치 뼈가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밥상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달리 삼치를 잡는 방식을 소개한 친절한 보고서는 없지만, 낚시어법으로 포획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철기시대에 이르러 내만(內灣)의 기슭에 자리한 조개더미에서는 삼치 뼈의 출토 사례가 희소하다. 그것은 신석기시대의 조개 더미 가운데서도 내만에 자리한 부산 범방패총과 김해 수가리패총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삼치의 서식 장소와 관련될 것이다.

/최헌섭 두류문화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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