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바로 지금부터] (6) 하동군 횡천면에서 딸기농사 짓는 김동진 씨

성격 탓일까, 아직 도시에서의 직장생활 습관이 남은 때문일까? 시설하우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농장 주인의 성격이 보이는 듯했다. 으레 하우스 주위엔 쓰이지도 않을 농기구나 물건들이 널려 있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다르다. 쓰레기 하나 나뒹구는 걸 용납하지 않을 만큼 깔끔 또는 까칠(?)할 듯싶다. 하동군 횡천면 남산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김동진(48) 씨. 그가 들려줄 귀농이야기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직장서 희망퇴직 신청받자 결심한 '조금 이른' 귀농 =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50대가 되면 귀농하리라 마음먹고 있었죠. 그런데 회사가 어려워져 희망퇴직을 받더군요. 누군가는 나가야 할 분위기였고, 그렇다면 내 계획을 좀 수정해 몇 년 먼저 귀농하자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2010년 12월이었다고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동진 씨는 먼저 집을 짓기로 했다. 어머니가 계시는 시골집에 기거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짓고, 이듬해 시설하우스를 지었다. 그리고 딸기농사를 시작해 올해 4년째란다.

"흔히 시골생활을 직장인들의 로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그 로망을 현실로 만들어 낸 것이고요. 물론 오기 전 아내와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같이 오려고 했는데 지금 운영하는 학원을 정리하는 데 시일이 걸려 혼자 선발대로 와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김 씨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귀농을 준비했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 교육도 받고 농장을 다니면서 현장 실정을 몸으로 익혔단다. 도움될만한 것은 노트에 적고 또 적었다.

"처음엔 참다래 농사를 지으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참다래를 많이 재배하는 사천 등지로 찾아다녔죠. 아시는 분이 연락을 주면 강의를 듣곤 했습니다. 정착할 곳을 찾아 많이 다니기도 했습니다. 산청과 사천, 진주 등지를 돌아다녔으나 장소가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곳 고향에 자리 잡게 됐습니다." 농지를 사들이고 일부는 임차해 8264㎡(2500평)를 마련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는 분이 이곳 토양이 참다래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결국 주위에서 가장 많이 짓는 딸기로 작목을 바꿨단다.

하동군 횡천면 남산리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김동진 씨는 처음엔 참다래를 재배하려고 했지만 이곳 토양이 참다래 농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결국 주위에서 가장 많이 짓는 딸기로 작목을 바꿨다. /김구연 기자 sajin@

"작목을 바꿨으니 다시 공부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죠. 근처 딸기농장과 인근 옥종지역 등 농장들을 막무가내로 찾아다녔습니다. 주인을 만나 인사하고 도움을 받았죠. 시설하우스를 어떻게 짓는지 배우고 바로 시작했습니다."

◇귀농생활 의외의 복병, 공무원 형님의 반대 = 김 씨는 농촌생활 하루하루가 재미있다고 했다. 우선 직장에 얽매여 있을 때와는 달리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더구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니 건강 또한 좋아졌단다.

까칠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날려버리듯 시원시원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 씨에게 귀농생활의 고민이나 어려운 점은 없는 듯 보인다.

"흔히 귀농귀촌인들이 제일 힘든 것으로 원주민들과 소통과 융화의 어려움을 꼽습니다. 저는 이곳이 고향이어서 그런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더구나 대부분 주위에서 딸기농사를 지으니 제겐 그분들이 멘토들이죠. 제가 먼저 찾아가 인사하고 말을 건네니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죠. 그런데 문제는 형님이었습니다."

형님이 문제가 됐다니 이건 무슨 말일까?

"형님이 하동군청에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님은 처음 2년 동안 나만 보면 부산으로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로망으로 여기는 직장인들의 시골생활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형님은 축적된 자료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 형님이 평생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는 제가 딸기농사 짓는다고 하니 실패할 것 같아 걱정스러워했던 이야기였지요. 더구나 가족을 떠나 혼자 시골에 와서 생활하고 있으니 왜 안타깝지 않았겠습니까?"

그런 형님은 요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고 했다. 그렇게 반대하던 형님도 2년쯤 지나니 동생이 허투루 농사짓겠다고 고향에 온 것이 아님을 알고 인정하더라는 것이다. 김 씨는 요즘 오히려 형님께 큰소리치는 입장이 됐다고 말한다.

◇돈벌이 연연하면 위험, 조급함 버려야 = "요즘 저와 비슷한 환경에 놓였던 한 분이 우리 하우스를 찾아 딸기농사 짓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내년쯤이면 본격적으로 하우스 농사를 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체계적으로 딸기 키우는 법을 배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의 그런 경험을 살려 그분에게는 멘토다운 멘토가 돼 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김 씨는 딸기농사를 배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예비 귀농귀촌인에게도 처음부터 많은 투자를 하지 말 것과 돈벌이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김 씨는 "처음 농사를 지으려면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비용 대비 회수율이 낮아서 도중에 일이 생기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농사를 지어가면서 때가 됐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길 권합니다. 그리고 너무 돈에 연연하지 말라고 하죠. 변수가 많은 게 농사이다 보니 한 해 농사짓고 말 것이 아니라 길게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몇억 원씩 투자하는 분들은 그런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김 씨는 당분간 딸기농사를 계속 짓겠다고 했다. 김 씨가 이곳에서 한 해 올리는 매출은 1억 5000만 원 정도에 순수익은 절반쯤 된단다. 그러나 돈벌이에 연연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좋은 딸기를 생산할까' 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열심히 일할 생각입니다. 그때는 나름대로 준비한 노후대책이 마무리됩니다. 그렇더라도 생활비는 조금씩 벌어야 하니까 하우스 규모를 줄여 농사지을 생각입니다. 아내는 학원을 정리할 시기가 안 돼 늦어지고 있지만 조만간 합류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여기서 혼자 취미생활을 하지만 아내와 같이 즐겨야죠."

김 씨는 요즘 일주일에 한 번 기타 개인교습을 받고 있다. 또 골프동호회 모임에다 산악자전거도 즐긴다. 그는 이런 재미를 아내와 함께 즐기는 행복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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