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765㎸ 초고압 송전탑을 반대하는 시위 도중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당한 주민에게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2년여에 걸친 법적 투쟁은 주민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동안 당사자 본인은 말할 것도 없고 옆에서 지켜보며 분을 삭여온 이웃이나 지역사회의 기뻐함이 어떨지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하다.

이 사건은 구조가 매우 단순명료하다. 한 주부가 송전탑 공사 현장으로 가는 길에 대나무 울타리를 세웠고, 경찰들이 이를 철거하느라 옥신각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주부가 발길질로 여경의 코를 때렸다는 것이 전부다. 1심과 2심이 무죄를 선고했으나 검찰이 불복하면서 최종심까지 올라가는 강수를 둔 끝에 결국 경찰의 처분이 무리수였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사안만 놓고보면 사건 자체는 이처럼 별것 아닌 듯 여겨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당시 경찰이 주민시위를 무산시키기 위해 수천명의 인력을 요소요소에 투입함으로써 충돌이 있을 때마다 인권침해 시비가 벌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공권력 투입에 대한 항의 방문이 이루어진 때여서 경찰이 그 주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돌파구를 찾으려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민심이 흉흉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문에 몸다툼 과정에서 빚어진 무의식적인 신체접촉을 폭력행위로 몰아 억지기소를 했으며 실제 증인신문에선 위증과 함께 말맞추기를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는 등 송전탑 사태에 따른 주민들의 눈물과 공권력의 횡포를 동시에 비춰주는 사례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용은 경미하지만 상징하는 바의 의미는 크고 또 크다.

올해 10년째를 맞은 밀양 송전탑 사태는 두 명의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불렀고 근 400명에 달하는 주민이 입건되는 불상사를 낳고 그중 상당수가 기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농촌 주민들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형벌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안정을 찾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아직도 많은 주민이 한전 합의금 수령을 거부하며 10년 투쟁을 조명하는 귀거래사를 준비 중이다. 조용하고 소박했던 산골마을 공동체 사회는 갈가리 찢긴 채 생존권 싸움은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돈으로 완전히 청산될 수는 없을 것이다.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은 과연 없는가. 그게 무엇인지는 정부도 알고 한전당국도 알며 주민들도 잘 안다. 다시는 유사한 사례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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