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930명 감축·선종 정리'추가 구조조정안 발표

예상대로 올 것이 왔지만 선대(독 등 선박 건조장)와 건조 선종(배 종류) 축소를 두고는 상당히 아쉬워했다. 지난 11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실무회의를 거쳐 발표한 STX조선해양 추가 구조조정안을 접한 회사 내부 분위기는 이렇게 압축할 수 있다.

이날 산업은행이 발표한 추가 구조조정안을 보면 창원시 진해조선소는 선대를 기존 5개(육상 건조장 2곳, 해상(플로팅) 독 1곳, 드라이 독 1곳, 특수선 건조장)에서 2개(육상 건조장 1개, 드라이 독 1개)로 줄이고, 수익 창출에 적합한 5만∼7만t급 탱커(유조선)와 해상 LNG 벙커링선(주유터미널선) 건조로 특화해 운영한다. 이를 통해 국내 조선업계 과잉 공급과 저가 수주 우려를 줄이고 국내 조선사가 아닌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는 회사로 바꾼다고 한다. 고성조선소(고성군 동해면 소재)는 현재 건조 물량을 모두 인도하는 2017년 초부터 대형 블록 생산 공장으로 기능을 바꿔 국내 대형 조선사 납품 공장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LNG벙커링선은 자체 운항연료로 LNG(액화천연가스)를 쓰면서 동시에 천연가스(NG) 연료로 움직이는 1만TEU급 이상 대형 유조선·컨테이너 선박에 지상 천연가스 주유터미널에서 천연가스를 실어 대형 선박에 주입해주는 선박을 이른다.

추가 인력 구조조정 안은 STX조선해양 측이 미리 제출한 자구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 회의에 앞서 내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전체 인력의 30% 감축, 인건비 총액의 10% 삭감 안을 자구책으로 냈다.

채권단은 2013년 자율협약 이행 이후 올 10월까지 24.4%에 해당하는 864명을 줄였고, 앞으로 930여 명(34%)를 더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원가 절감을 위해 내년 1월부터 전 임직원 임금 10% 삭감, 복리후생비 지급 중단도 이어진다.

더불어 STX프랑스 재매각을 추진하고, 800억 원 규모의 비영업용 자산도 하루빨리 매각할 방침이다.

채권단은 이런 구조조정 진행과 함께 자율협약 당시 지원하기로 한 4조 5000억 원 중 미지원금 4530억 원을 지원해 건조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STX조선해양에 대한 여신과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에 따른 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올 3분기 말 5조 8000억 원에 이른다. RG발급에 따른 익스포저는 수주한 선박을 만들어 인도하면 그만큼 줄어든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구조조정 방안대로 시행하면 내년 하반기까지 추가 신규자금 지원 없이 회사가 정상 운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 구조조정안을 접한 이 회사 임직원은 최악의 상황(법정관리)은 면했지만 선종 축소 등 사실상 조선소 규모 축소를 두고는 착잡해 했다.

STX조선해양은 대외적으로 "추가 구조조정안이 우리가 제시한 자구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력 감축과 선대 축소로 이익이 남는 선종 중심으로 생산하겠다. 또한, 진해조선소만 생산기지로 해 기존 연간 50∼60척 만들던 것을 한해 33척 규모로 생산하도록 최적화할 예정이다. 채권단 제시 구조조정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 내부에서는 "중소형 탱커부터 대형 탱커까지 만들고, 중대형 컨테이너선, 대형 벌크선, 대형 LNG선까지 건조 능력이 있는데도 경영 악화로 인력 감축과 건조 선종 축소를 하며 중·소형 조선소로 규모가 축소돼 상당히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STX조선은 국내 조선사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이어 건조 규모로는 현대삼호조선과 4·5위를 다퉜고, LNG선 건조기술로는 국내 빅3, 한진중공업·현대삼호조선과 경쟁해왔다.

STX조선해양 추가 구조조정이 가닥을 잡으면서 기존 STX그룹 계열사였던 STX중공업도 사업 포트폴리오와 판로 다각화가 절실해졌다.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의 대형 선박 건조 능력 향상에 따라 '대형 저속 선박 엔진' 생산에 특화된 업체이기 때문이다. 창원에 본사를 둔 STX중공업은 STX조선과 함께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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