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학원 원장님 '물생활' 매력에 풍덩

창원시 마산합포구 부림시장에 위치한 '아쿠아쿠수족관'.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큰 규모의 매장에 다양한 어종, 수초, 제품을 갖춘 곳이다. 그래서 문을 연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지만 지역에서 '물생활'(관상어 키우는 취미생활을 가진 사람들 사이의 은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성지쯤으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대표 김완수(47) 씨의 이력이 독특하다. 그는 2년 전까지 경기도 군포시 산본에서 학생 수 1000명 규모의 대형학원을 운영하던 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학원을 정리하고 고향인 창원에서 수족관을 열었다.

◇"집 안에 수조만 18개가 있었죠" = "미쳤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 있나요? 전 남들이 미쳤다고 할 정도로 물생활을 해봤습니다. 집 안에 소형부터 대형까지 수조만 18개 있었어요. 수초 하나 구하러 부산도 가고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어요. 이 일에 관한 거라면 모든 걸 다 해봤을 정도죠."

결혼하고 집들이를 했는데 친구들이 수조를 선물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수족관 사장이 설치해주고 간 뒤 꼭 일주일 만에 물고기들이 다 죽어버렸다. 수조는 창고 속에 처박혔다.

그 후 회사 동료가 한 번 해보라고 권했다. 싫다 했지만 동료가 직접 물고기와 수초, 장비를 구해서 수조를 다시 설치해줬다. 며칠 지나자 물고기가 새끼를 낳았다.

아쿠아쿠수족관 김완수 대표. 잘나가던 학원을 정리하고 20여 년 '물생활'을 직업으로 삼았다. /강해중 기자

"브리샤르디라는 물고긴데요. 이놈들이 정말 희한합니다. 대부분의 어종이 새끼를 먹이로 인식하는데 이 아이들은 안 잡아먹어요. 신기하죠. 거기에 매료됐습니다."

물생활의 시작이었다. 이때부터 관상어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할수록 물고기를 기르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고 여러가지 물고기를 구해다 길렀다.

"살다 보면 힘들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이 녀석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감을 느껴요. 매력적인 녀석들이죠. 그러니 수조가 늘어갈 수밖에요. 하하."

딸 둘을 키우는 김 대표가 제일 좋아하는 물고기는 '디스커스'다. '열대어의 제왕'이라고 불릴 만큼 예쁘기도 하지만 이 어종은 암수가 새끼를 몸에 붙여서 기른다고 한다. '공동 육아' 특성에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학생 수 1000명의 학원을 접고 취미를 직업 삼다 = 대부분 사람에게 취미는 취미일 뿐이다. 게다가 그는 잘나가던 대형학원의 원장이었다. 김 대표가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바꾼 이유가 뭘까.

"사교육사업이 사양산업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학원생 구조가 역피라미드형이었어요. 성장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과감한 결정 후 쉬는 동안 창원으로 왔다. 고향 온 김에 여기 사람들은 물생활을 어떻게 하나 궁금해 수족관을 둘러봤다. 그러면서 결심을 굳혔다.

"수도권 모습과는 판이했어요. 매우 열악하고 영세하더군요. 그때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먹어도 할 수 있고 정서에도 좋고. 수족관 보급률이 많이 떨어지지만 이는 점차 늘려 가면 되니까. 인프라는 서울, 수도권에 다 몰려 있지만 좋아하는 일인 데다 지역의 틈새시장이 있겠다 싶더군요."

'열대어의 제왕'이라 불리는 디스커스. 김완수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어종이다.

2013년 12월 군포와 창원을 오가며 학원 정리와 수족관 준비를 병행했다.

제품 구하기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나부터 열을 혼자서 했다. 20여 년 취미생활을 한 덕분에 많은 지인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가게를 성급하게 열 생각이 없었다. 수조 하나가 모양새를 갖추는 데만도 몇 개월의 시간이 필요했기에 천천히 문을 열 생각이었다. 가게 모습이 제법 갖춰지기 시작하자 오면가면 물생활하는 사람들이 언제 개장하는지 재촉 아닌 재촉을 했다.

"사람들이 정식 오픈 날짜를 지정해달라는 요구(?)를 해왔어요. 생각했던 완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열어 놓고 천천히 갖춰가자는 생각에 2014년 5월 수족관을 개장했습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뷰를 한 날도 평일 오전 시간이었지만 물고기와 수조, 장비들을 사러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10년 전에도 500원 지금도 500원…왜곡된 관상어 시장 =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왜곡된 관상어 시장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고기가 제 가격을 못 받습니다. '네온테트라'라는 물고기가 있습니다. 10년 전에 마리당 500원, 지금도 500원이에요. 일본은 한 마리에 6000원입니다.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 수족관 사장들이 으쌰으쌰 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는 거죠. 게다가 '물방'이라는 게 있어요. 개인이 방 안을 수족관처럼 만들어서 물고기를 기르는 거죠.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개인 간에 물고기를 거래해요. 이들이 시장을 흔들어 버렸어요. 이 탓에 허가받고 운영하는 수족관은 더 힘들어지고 영세해지는 겁니다."

소리 높여 말하는 그에게서 물생활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제가 포털사이트에서 사용하는 별명이 '물드리기'입니다. 물생활 전도사란 뜻으로 정한 겁니다. 더 많은 분이 관상어를 키우는 데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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