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는데 옆에서 박자까지 맞춰줘 흥이 더 난다."

10일 통영 첫 국제호텔인 스탠포드호텔 기공식 도중 바로 옆에서 보상 문제와 집단 이주 문제 등으로 시위를 하고 있는 주민 시위대를 빗대 김동진 통영시장이 했다는 말이다.

이 호텔 때문에 길게는 수백 년을 살아온 마을에서 '쫓겨난다'고 믿고 있는 성난 주민들을 김 시장이 비아냥거린 것이다.

이날 오후 3시에 열린 기공식에서 김동진 시장은 "오늘 2015년 12월10일은 통영 역사의 한 페이지에서 명실상부한 국제규모의 호텔 기공식을 가진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비도 오는데 바로 옆에서 박자까지 맞춰줘 흥이 더 난다. 인구 14만에 불과한 소도시에 과감하게 투자한 스텐포드호텔 권중갑 회장과 임직원들에게 감사드린다. 인내하고 고통을 감내해준 해준 발개주민들도 감사하다"고 했다.

축사였지만 이 같은 비아냥으로 인해 기공식에 참석한 시민 다수는 당황해 했다. 행사장에는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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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통영시장./연합뉴스

시민 ㄱ 씨는 “당시 시위대에서 상여 나가는 곡소리가 들렸다. 이를 듣고 그랬는지 모르지만 김 시장은 굳이 안 해도 될 소리를 했다. 이렇게까지 비아냥거릴 필요가 있나”고 말했다.

시민 ㄴ 씨는 "김 시장이 '비 오는 날 기공식도 좋다. 옆에서 가락을 맞춰줘 고맙다'고 했는지 '박자를 맞춰줘 고맙다'고 했는지 헷갈리지만 그렇게 말을 했다. 보듬아줘야 할 대상인데 굳이 저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싶어 놀랐다"고 밝혔다.

기공식을 한 '스탠포드호텔&리조트'은 총 공사비 520억 원을 투입해 통영시 도남동 관광단지에 들어선다. 150객실과 콘도 118실, 지하 2층 주차시설 등을 갖춘 호텔과 리조트를 건립하고, 2017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부지는 1만 7240㎡로 통영국제음악당 바로 옆 삼면이 바다가 보이는 최고 요지다.

통영시는 호텔 바로 아래 한쪽 바다에 모래를 부어 인공 해수욕장을 만들 계획이다.

시위를 한 발개마을 주민 20여 명은 이날 '이주대책 없는, 터무니없는 보상 필요없다'는 현수막 등을 써 붙이거나 토지 강제수용 결사반대 등 피켓을 들고 온몸에 붉은색 글씨를 적고 시위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공무원들이 이들의 행사장 진입을 막았다.

호텔이 들어설 땅 바로 아래에 있는 큰발개마을은 관광단지로 묶여 수십 년간 재산권 침해를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통영시가 숙원사업이라며 호텔 유치를 하게 되고 이 지역에 보상 문제 등을 거쳤다. 그러다 결국 강제수용의사를 밝히면서 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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