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를 읽다

창녕 우포늪은 자연이 주는 감동을 오롯이 전한다. 사시사철 변화하는 모습, 이곳에서 서식하는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이 때문에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우포를 소재로 한 시, 에세이 등을 자연스레 읊어내는 것 같다.

지난 4월 김군자 시인이 <우포의 아침>(도서출판 우포)이라는 시집을, 지난 9월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이 <비밀의 정원 우포늪>(우리교육)이라는 에세이집을, 지난 11월 노창재 시인이 <지극>(문학의전당)이라는 시집을 냈다. 이들 모두 우포늪 인근에 삶터를 마련해서 우포늪을 가까이에서 보며 느낀 감정들을 글에 담아냈다.

김군자 시인이 쓴 '우포의 아침'이라는 시는 우포늪이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한다.

"고요한 늪에 울려 퍼지는 소리/딱 따르륵 똑 또르륵/딱따구리가 늙은 숲을 깨우고 있다/(…중략) 물안개 속에서 늪이 술렁인다/쿠쿠 쿄로쿄로 꼬꼬댁 꼬꼬댁/물닭이 몽종한 아침을 깨우고 있다/새벽을 여는 어부의 노동은/한자락 너울춤으로 펼쳐진다(…하략)"

김군자 시집 <우포의 아침>

시인은 '우포를 거닐어 보자'는 시에서 겨울의 우포로 초대한다.

"갈대숲에 겨울을 잠재우는/바람이 흐르는 소리/쇠오리가 펄을 비비는 늪에/온갖 소리 다 들린다/간절히 듣고 싶은 소리가 있으면/겨울 우포를 거닐어 보자//새벽 물안개가/아침을 토해내는 모습/붉은 저녁이 긴 손가락으로/수묵화를 그리는 모습이 보인다/혹여 보고 싶은 얼굴이 있다면/겨울 우포를 거닐어 보자(…하략)"

<우포의 아침>은 1부 '우포의 아침', 2부 '우포 사람들', 3부 '홀딱새의 울음소리'로 시를 묶었다. 창녕에서 태어난 시인은 우포늪 생태해설사로 활동하면서 느낀 감정들도 시어로 표현했다.

성기각 시인은 발문을 통해 "김 시인의 시에서 우리는 현재 우포늪이 지닌 바를 한눈에 읽을 수 있어 좋다. 이 얼마나 갸륵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은 <비밀의 정원 우포늪>이라는 에세이집에서 지난 2010년부터 교사 생활을 정리하고 우포늪에 들어와 살면서 우포늪을 관찰, 기록한 내용을 사진과 글로 표현했다. 1장 '우포늪 생명길'에서 우포늪 둘레길 21군데 코스를 설명하고, 2장 '우포늪 열두 달'에서 우포늪의 사계절 변화무쌍한 모습을 이야기한다. 큼지막한 사진과 글을 함께 쓴 3장 '이인식의 생태 사진 에세이'에서는 이 교장의 생활과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인식 에세이집 <비밀의 정원 우포늪>

"나는 도시 생활을 접고 우포늪에 들어와서 늘, 단순한 생활과 음식을 누리고 자연에게 배우고 대화하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이곳에서는 저의 이름도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냥 왜가리이지요. 아이들에게는 왜가리 할아버지로 통합니다."

우포늪 주매마을 이장인 노창재 시인은 <지극>이라는 시집에서 동네 어르신, 자연물에게서 얻은 깨침을 시로 담아냈다. '지극'이라는 시는 시골 목욕탕에서 만난 어르신의 인사를 소재로 삼았다.

"가을걷이를 끝낸 시월 어느 날,/그 노인/오랜만에 나오신 듯 읍내 변두리 목욕탕에 조용히 몸을 푸는데/내 지천명의 턱걸이와 미수(米壽)에 드는 소신공양 직전의 몸뚱어리/그 간격을 생각하며 골똘해지는 순간/드르륵 문을 밀며 들어오시는 또 한 노인/몸 푸는 노인네랑 얼굴이 마주친다/욕조의 노인에게 허리를 낮추며 인사를 하는데/어이구, 자네 설 잘 쇳는감?//아니, 이 시월에 새해 인사라니/치매로 치부하며 욕탕을 나서는데/아뿔싸! 청천벽공이 날보고/자네 설 잘 쇳는감?//이번 설 잘 쇳으니/다음 설도 잘 쇠어보자고/그 인사 따라와서 뒤통수를 후려치다니."

노창재 시집 <지극>

우포늪에서 만나는 생명을 소재로 한 시도 시집 곳곳에서 등장한다.

고영 시인은 '생명을 부르는 애틋한 지극'이라는 해설의 글에서 "노창재 시인은 지극한 마음이 가닿는 뭇 생명의 경계와 내면에 아로새겨질 그 흔적에 예민한 시작 태도를 가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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