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지난해 12월 고속도로 4중 추돌 '보복운전'-'정상감속'법정 공방 23일 전국 최초 현장검증 예정

지난해 12월 19일 오후 6시 30분께,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진영휴게소 부근)에서 4중 추돌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승용차가 불타면서 50대 여성 운전자가 숨졌다. 사고 직후에는 네 번째 차량인 25t 트럭 운전자 부주의 탓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숨진 운전자 가족들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은 "모든 차가 빠르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뒤에서 밀었다고만 해서 이렇게 큰 사고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고 정황을 정확히 파악하고자 한다"며 SNS에 글을 올리며 목격자 증언과 블랙박스 영상 도움을 요청했다.

6개월 후 김해서부경찰서는 맨 앞에서 17t 트럭을 몰던 ㄱ(41) 씨를 구속했다. 혐의는 일반교통방해치사, 즉 보복운전이었다.

지난해 12월 남해고속도로에서 일어난 4중 추돌 사고로 승용차를 운전하던 50대 여성이 숨졌다. 사고 직후 승용차는 앞 트럭 아래에 끼이면서 화재가 났다. 유족들은 보복운전에 따른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해서부경찰서

경찰에 따르면 ㄱ 씨는 사고에 앞서 남해고속도로 3차로로 주행 중이었다. 이때 2차로에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이에 ㄱ 씨가 비상등을 켜고 승용차를 4차로로 몰아붙인 후, 앞으로 가서 속도를 급격히 낮췄다는 것이다. 이 탓에 승용차, 그 뒤를 따르던 2.5t 트럭은 거의 멈추다시피 했고, 그 뒤에서 시속 70km대로 달리던 25t 트럭으로 말미암아 연쇄추돌 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차량(2.5t 트럭) 운전자가 이러한 진술을 했지만, 사고현장 주변에 CCTV가 없었고, 블랙박스 영상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도로교통공단에 ㄱ 씨 17t 트럭 차량운행기록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ㄱ 씨 트럭은 시속 134.7km로 4차로로 이동했고, 이후 32초 동안 시속 14km로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은 현재 창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ㄱ 씨는 "다음 진로를 위한 정상적인 감속이었다"며 보복운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ㄱ 씨 17t 트럭 속도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4km로 달렸다는 것이 일반차량에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대형차량 특성상 가능한지에 초점이 모인다.

이에 재판을 맡은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오용규 부장판사)는 사고가 일어난 남해고속도로에서 현장검증을 하기로 했다. 보복운전 관련해 고속도로에서 현장검증을 하는 건 전국적으로 전례가 없다. 애초 안전문제로 경기도 용인 주행시험장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으로 무게가 쏠렸지만, 여러 사정이 겹치면서 결국 남해고속도로에서 하기로 결정됐다.

현장검증은 오는 23일 오후 3시 30분으로 잡혔다. 당일 경찰 협조를 받아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 진영휴게소 부근 3·4차로를 통제해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사고 이후 경매로 넘어간 ㄱ 씨 17t 트럭도 소유주 동의 아래 현장검증에 직접 동원될 예정이다. 최대한 같은 조건에서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ㄱ 씨 말대로 정상적인 감속이었는지, 한순간 화를 참지 못한 끔찍한 보복운전이었는지, 현장검증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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