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보복운전-가해 경험자 김민재 씨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운전면허 소지자는 2954만 명이다. 인구 5명 가운데 3명은 면허증이 있다는 얘기다. 차를 모는 사람들에게 '보복운전'이라는 말은 이젠 아주 익숙하다. 방송뉴스에서 종종 보복운전 관련 사고 장면을 접한다. 여러 번 봐도 적응되지 않는 모습들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는 모두가 언제든지 보복운전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오늘날이다.

1년 6개월 전 퇴근길이었다. 김민재(30) 씨는 창원시 도청에서 명곡로터리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사림동주민센터를 좀 지났을 때였다. 왼쪽 좌회전 차로에 있던 차량이 갑자기 2차로로 끼어들었다. 깜빡이 없이 순식간이었다. 김 씨는 순간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3차로 차량과 사고까지 날 뻔했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끼어들었던 차량을 쳐다봤다. 비상 깜빡이 혹은 미안하다는 손 한 번 흔들지 않았다.

김 씨는 이때부터 심장이 쿵쾅거렸다.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상대 차량을 쫓아갔다.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깜빡이면서 뒤로 바짝 붙었다. 그러다 옆 차로로 가서는 창문을 내렸다. 상대 차량은 선팅이 옅어 운전자 모습이 대략 보였다. 50∼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다. 그 운전자는 옆을 쳐다보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에서 더욱 이성을 잃은 김 씨는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차를 세우라고 소리쳤다. 차량 운전자의 계속된 무반응에 김 씨는 추월해서 상대 차량 앞으로 가서는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그리고 다시 뒤로 가기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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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계속해서 쫓아갔다. 무엇을 위해 그랬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 없다. 그냥 그때는 그래야만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어느 순간 상대 차량이 도망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보니 둘 다 왔던 길을 뺑뺑 돌고 있었다. 상대 차량 운전자도 겁을 먹어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때 하지 못했다.

20여 분간 도심 추격전이 이어지다 창원종합운동장 인근 아파트 단지로 상대 차량이 들어갔다. 속도를 조금씩 늦추었다. 그리고는 창문을 내려 손을 들어 보이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했다. 김 씨는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그때야 자신의 목적지로 차량을 돌렸다.

"내가 대체 왜 여기까지 쫓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허탈해지면서 정말 아무 의미 없는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보복운전을 자신이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이후 그런 행동을 되풀이한 것은 아니다.

김 씨는 운전한 지 8년 가까이 된다. 나름 교통법규를 잘 지키려 노력하는 쪽이다. 그런데 이런 점이 있다고 한다.

"운전대를 잡을 때 가끔 '천천히 안전하게 운전해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할 때가 있습니다. 이상하게 그런 날에는 거슬리는 차량이 눈에 더 자주 들어오면서 욕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 씨는 두 달 전 고속도로 5중 추돌사고를 당했다.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차량은 폐차 수준으로 상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저도 깜빡이 없이 갑자기 끼어들기를 하는 등 다른 차량 운전자를 놀라게 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랬던 제가 반대 입장에서는 화를 못 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운전에 대해 요즘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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