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시인 사유집 출간

시집이 아닌 사유집이다. 이상익(63) 시인이 <우리가 물이라도 되어 흐른다면>(2006년, 새롬), <더불어가기>(2013년, 새롬) 시집을 낸 후 이번에는 시집이 아닌 사유집을 냈다. <이상익의 시적 사유>(180쪽, 도서출판 해딴에, 1만 5000원·사진)다. 시인이 쓴 글은 짧은 시의 형태를 빌렸지만, 시가 아니어서 사유집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1부 '나에게 묻다', 2부 '자연이 답이다', 3부 '사유의 길', 4부 '같이 걸어가기'로 나뉜 글은 244편에 달한다. 보통 시집의 서너 배에 달하는 분량이다. 하지만 짧은 글인 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시인은 한 줄짜리 글로도 깊은 울림을 준다. '교만'이라는 제목의 글은 "자기 패망의 지름길"이라고 끝난다. '극우파와 극좌파'라는 글은 "사회와 역사 발전의 암(癌)이다"라고 표현했다. 틈틈이 기록한 메모 같은 글이 대다수다.

시인은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자신에게 향했다. '실종된 순수'라는 제목의 글은 "시인이 되었다/시인들이 모여있는 단체에 갔다/거기엔 시인이 한 명도 없었다//나도 시인이 아니다"라며 시인을 비판한다. '나'라는 글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이 가졌다/너무 많이 비겁하였다//내가 있는 한 나는 없다//아/참 나여//"

사회적인 목소리를 가장 많이 높였다. '원전'이라는 글은 "체르노빌, 후꾸시마/다음은 어디인지 답이 명확하다//이젠 원시적 추구로 돌아가야 한다//"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갈 것을 촉구한다. '비극'은 "생각이 어디갔나/철학이 어디갔나/기초없이 세워진 집들이 이 곳 저 곳 늘어나고 있다/인문학의 퇴조가 그 증거다/사유의 무덤은 날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면서/죽음으로의 여행 행렬만 가득 채우고 있다//현 시대의 비극이여//"라고 적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 세월호 사건, 보도연맹 등과 관련한 생각을 적은 글도 볼 수 있다.

이 시인은 "수필이 아니라 시 형식을 빌려서 생각을 표현했다. 시어를 구사해서 시화해서 시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분노가 깊어서 시보다 더 빨리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정치·사회 현상에 관해 사유의 글을 적었다"고 시집이 아닌 사유집을 낸 이유를 밝혔다.

시인은 지난 2006년에 시 전문 월간지 <모던 포엠>에서 시민 추천작가상으로 등단했다. <나의 눈물이 나의 노래되어>(1981년, 예조각), <다시 빈들에 서서>(1983년, 아가페), <혁명의 노래>(1987년, 다리), <잃은 자유 얻은 진실>(1992년, 학민사) 등의 책을 냈다.

이 시인은 현재 새길동산 요양원(사회복지법인 가야) 설립자이자 이사장으로, 경남노인복지협회 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상익의 시적 사유> 출판기념회는 오는 10일 오후 7시 창원 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