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 강철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지산리 서촌마을 이장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진동·진전면은 '삼진'으로 묶이곤 한다. 이 삼진면 가운데 진북면만 바다와 접한 곳이 없다. 서촌마을은 면 소재지로 진북면 25개 마을 가운데 가장 크다. 강철순(71) 이장은 지난 2011년부터 3선 이장을 지내고 있다.

"태어난 곳은 바로 옆 예곡마을입니다. 이곳에 살면서 주민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고 마을 일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27살 때 예곡마을 이장을 지낸 적도 있습니다."

강 이장은 나이 50이 돼서 진동에 있는 공장에서 15년 정도 일했다. 그 기간을 빼면 마을에서 농사를 지었다. 벼농사를 주로 했고 밭농사는 여력이 생기면 조금씩 하는 정도였다. 이장 임기가 2년이니 강 이장은 3선째 이장이다. 그가 정의한 이장은 한 마디로 '머슴'이다.

"동네 머슴이지요. 일이라는 게 만들어야 합니다. 만들지 않으면 수월하지만 동네가 잘되려면 구석구석 다니면서 일을 찾아 해야지요."

그런 강 이장에게 임기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은 마을회관 앞마당 사건(?)이다.

강철순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서촌마을 이장. /이승환 기자

"마을회관을 짓고 보니 사람들이 지나는 마당이 한국자산관리공사 땅이에요. 2013년에 벌금 1500만 원이 나왔습니다. 무단점용을 했다고 말이지요."

황당한 일이었다. 마을회관 앞마당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강 이장은 일단 마을회관과 마당 사이에 철조망을 치고 입구도 따로 냈다. 마을에서 무단점용할 뜻이 없었다는 것을 알리는 게 중요했다.

"이후 서류를 주고받으며 말도 아니었지요. 1500만 원을 어떻게 냅니까. 더군다나 우리가 한국자산관리공사 땅이라는 것을 알고 쓴 것도 아니고요."

버티던 서촌마을은 시장과 간담회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결국 지난 2013년 창원시는 마을 건의를 받아들여 한국자산관리공사 땅을 사들였다. 마을회관 앞마당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지금은 마당에 제법 넓은 정자를 지었다.

서촌마을 고민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적도 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대규모 축산농가 문제다. 마을에 들어서면 축사 이전을 요구하는 펼침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마을 가운데 축사가 있다 보니 마을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마을 사정 때문에 축산농가를 무조건 몰아낼 수는 없고 행정이 적절한 보상을 해서 정리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지요."

또 한 가지 아쉬움은 마을 가운데 자리한 공원 문제였다. 개천을 끼고 넓게 펼쳐진 공원은 보건소와 농업기술센터가 들어오면서 규모가 크게 줄었다. 문제는 규모가 줄면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원 기준에 못 미치게 된 것이다. 소규모 공원은 살뜰한 지자체 관리를 받지 못하게 됐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쉽게 공원 땅을 내준 것 같아요. 마을 사람이 힘을 모아서 공원을 지켰다면 서촌 전통문화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강 이장이 공원 가운데 10여m 높이 기둥에 묶인 그네를 가리켰다. 한때는 경남도 단위 행사였다는 그네뛰기 축제인 '추천' 행사가 열렸던 무대다. 공원 앞 비석에는 추천 행사 역사를 새겨뒀다.

300년 전 전래한 놀이는 6·25 이후 1953 제1회 경남 추천대회를 열었고, 1966년까지 영·호남에서 수많은 인파가 쇄도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한때 중단됐던 대회는 1985년부터 창원군문화원 주최로 명맥을 잇다가 1995년 도농 통합으로 4개 면이 참여하는 대회로 다시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나고 노령화로 지난 2003년 마지막 행사를 열게 된다. 강 이장은 우리 것을 잘 지켰다면 마을에 훨씬 활기가 넘쳤을 것이라며 거듭 아쉬워했다.

"행사가 있을 때마다 부녀회를 비롯해 마을 사람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도와주는 게 고맙습니다. 이장으로서 큰 복이지요. 지역 발전은 주인인 주민에게 달렸습니다. 머슴에게 이것저것 시키면서 관심을 두고 나서줬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