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은퇴 후 뛰어든 창업 주변 염려 날리며 승승장구 2연속 최우수 가맹점 성과…밝은 모습·환한 미소 '비결'

"당신은 장사 절대 못하요." 아내가 극구 만류했다.

"딱 5년만 봐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배스킨라빈스31 본사 교육장을 나설 때까지 아내의 반대는 계속됐다. 하긴 부끄럼이 많아서 사람 얼굴도 잘 못 쳐다 보는데….

본사 교육에서 강사는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고객에게 다가가야 고객도 다시 찾아온다"고 했다. 상투적인 말이라 생각했다.

2012년 1월 1일 경남은행 본사와 마산역 사이 대로변에 가게를 오픈했다. 도로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서서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 걱정이 앞선다. 멍하니 가게에 앉았다.

손님이 들어온다. 정말 반갑다. 진짜 반갑다. 절로 웃음이 나온다. 가게 문을 연 지도 4년이 흘렀다. 원래 오픈은 오전 10시다. 9시가 조금 못 되는 시간, 발길을 서두른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손님이 기다리고 있다.

깨끗이 면도를 하고, 위생 때문에 모자를 반듯하게 썼다.

밤늦도록 찾는 손님도 많아 오후 11시가 넘어서야 문을 닫는다.

고맙다.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감사하다. 가게를 시작하고 하루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손님들 덕분에 피곤함도 모르겠다.

배종한 씨가 활짝 웃으며 손님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고 있다.

배종한(57) 씨는 그렇게 4년을 지냈다.

손님들은 그의 백만불짜리(?) 미소에 반한다. 배스킨라빈스31 마산석전점에 들어서면 무뚝뚝의 대명사 '경상도 50대 아저씨'가 연신 '하트 뿅뿅' 웃음을 날린다. 손님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간다.

종한 씨는 창녕에서 태어났다. 1983년 일자리를 찾아 마산으로 왔다. 당시 수출자유지역에 있던 동경전자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일했다. 이후 창원 산요, 제조회사, 건설회사 등을 다녔다. 그러다 은퇴를 생각할 즈음,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든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던 그는 1993년 처음 접해봤던 배스킨라빈스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다. 평생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 그렇게 무뚝뚝한 양반이 서비스업을 하겠다니 말렸다.

"아내를 설득하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치킨집을 차리고 경험 부족으로 망하는 일이 흔했으니까요."

그러나 종한 씨는 딱 한 가지가 달랐다.

"가게에 썰렁하게 앉아 있다 손님이 들어오는데, 어찌 그리 반갑던지요. 저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더라고요. 또 두 번, 세 번, 네 번 오시는 고객들을 보면 더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식사는 하셨냐, 요즘 건강은 어떠시냐 사소한 안부를 묻곤 했지요."

덕분일까. 현재 마산석전점 등록 회원만 2000명이 훌쩍 넘었다. 인근 사무실과 아파트뿐만 아니라 창원 외 지역에서도 손님이 찾아온다.

종한 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이 그저 반가워서 싱글벙글 웃고 친절했다. 날마다 활짝 웃는 얼굴에 세월도 비켜가는 듯하다.

종한 씨의 친절은 입소문을 타고 발길이 이어졌고, 홈페이지엔 칭찬 글이 계속 올라왔다.

그리고 지난해와 올해 연속으로 품질경영 최우수 가맹점에 뽑혔다. 전국 던킨도너츠와 배스킨라빈스31 점포 3000여 곳 중 자가진단 평가, 본사 평가, 고객서비스 품질지수 등 심사에서 1위다. 모두 종한 씨의 친절이 만들어낸 결과다.

배종한 씨가 아이스크림을 담고 있다.

친절의 비결은 거창하지 않았다.

"찾아주시는 고객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신이 납니다. 그래서 잘 웃었던 것뿐인걸요."

마산석전점을 찾은 한 손님은 "아저씨 얼굴이 항상 밝아서 보는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라고 말했다.

날씨는 추워지지만 종한 씨의 따뜻한 미소 덕분에 그의 가게를 찾는 사람은 나날이 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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