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부산·울산 젊은 시인 모임 발족 "지역문학운동 원점으로 돌아갈 때"

"시인은 (시대적) 위기 상황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경남, 부산, 울산 지역 젊은 시인이 앞으로 제 목소리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5일 오후 진주교육지원청에 경남, 부산, 울산 지역 시인 50여 명이 모였다. 지난 1986년 4월 5일 진해 우일예식장에서 '부산경남 젊은 시인 회의'가 만들어진 지 30여 년 만이다. 최영철, 성선경, 유홍준, 김언희 시인 등이 이날 모임을 주도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모임 발족을 제안한 최영철(사진) 시인은 "30년 전 정일근 시인과 젊은 시인 모임을 만들었다. 그전에는 지역끼리 소통이 안 됐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흐지부지됐다. 가까운 지역에 서로 어떤 시인이 있는지 모르고 살았다. 지역 문학 운동이 왜 소중한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문학이 당면한 자리가 굉장히 힘들어졌다. 위태로워지고 작아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문학이 없어질 것"이라며 "시인은 위기 상황에 비명을 질러야 한다. 시인의 민감한 촉수가 문화적 허영심으로 됐다. 이제 시뿐만 아니라 문학 전체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할 때다. 서울 문단에 불만을 터트릴 게 아니라 지역에서 스스로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지역끼리 모여서 나태를 깨부수자"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지역별 공동대표를 추천해서 뽑았다. 부산권 유지소 시인, 창원권 김승강 시인, 진주권 유홍준 시인, 울산권 임윤 시인이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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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시인 모임 발족식 모습.

이날 시인들은 각자를 소개하며 인사를 나누고, 지역별 문학 현실을 알렸다.

울산 지역의 한 시인은 "제도권 문학보다 동인지 위주로 문학을 하고 있다. 문협, 작가회, 민예총 분과가 있지만, 동인지 문학이 울산 지역 문학을 대표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창원의 한 시인도 "협회 위주로 하는 문학이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 1990년대 이후 여러 문학 동인이 이합, 집산, 해체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모인 시인들은 앞으로 지역별 공동대표와 함께 활동 계획, 회원 자격 등 구체적인 부분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모임에는 최영철, 성선경, 유홍준, 김언희, 배한봉, 이달균, 이상옥, 박우담, 김종미, 김륭, 이일림, 유지소, 김승강, 양민주, 정익진 시인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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