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비춤]2017년 채무액 '절반'목표서 2016년 '채무 제로'원년으로…도 '빚 갚기'앞당겨 질때마다 진주의료원·무상급식 사라져

경남도 채무 제로 정책 공방을 구체적으로 보자.

김태호 전 도지사는 지난 8월 기자 간담회에서 "전체 예산 대비 부채 비율은 60~70% 이내면 괜찮은 거다. 재창출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지금은 빚을 갚아야 하니 안 되겠다'고 하면 지금 300억 원 들 것이 5년 지나면 1500억 원이 든다. 예산이 더 들어가는 거다"며 경남도의 채무 제로 정책을 지적했다.

현직 기초단체장은 "채무 제로 정책으로 항만과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현재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 미래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병필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은 "긴축재정을 한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사업비를 아껴 빚을 갚은 것이 아니다. 국비를 더 확보했고, 예산을 늘릴 부분은 늘렸다"고 반박했다.

지난 11월 11일 하병필(가운데)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이 2016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하 기조실장은 "SOC사업의 경우 그동안 경제성, 타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한 신규 발주로 재정 악순환을 가져왔다. 사업 효율성도 떨어졌다. 그래서 시행 기준을 마련해 최적화된 사업계획으로 조정하거나 공사 중인 사업은 시급성, 교통 수요, 경제성,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달 17일 경남도의회 야권 의원 주최로 열린 '기금 폐지 반대 도민 대토론회'에서 예산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좋은예산센터 이상석 부소장이 이런 지적을 했다.

"경남도 2014년도 결산보고서를 보면 순세계잉여금(총세입-총세출)이 4600억 원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돈이 남는데 무슨 부채 상환이고 은행이자 타령이냐. 예산 감시만 제대로 하면 홍준표 도지사의 거짓말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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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하 기조실장은 "순세계잉여금이 남도록 하는 것은 예산편성의 기본이다. 잉여금이 있는데 왜 사업비로 안 쓰고 빚을 갚느냐고 하는 것은 기본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결산상 잉여금의 지방채 조기 상환(1263억 원)으로 이자 312억 원의 예산절감 효과를 거뒀다. 회계연도마다 결산상 잉여금이 있을 때에는 그 잉여금이 생긴 회계연도의 다음 회계연도까지 세출 예산에 관계없이 지방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다는 지방재정법 제52조에 근거했다."

경남도는 지난 2013년 2월 채무관리 5개년 대책을 발표했다. 도는 당시 1조 3488억 원, 하루 이자만 1억 원에 이르는 채무액을 2017년까지 절반인 6880억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도 예산담당관실은 원인으로 도로건설 등 SOC 사업과 혁신도시 외 각 시·군에 100억 원씩 일괄 지원하는 1000+1000 프로젝트, 4년간 1270억 원이 지원된 학교 무상급식 지원, 시·군에 일률적으로 200억 원씩 지원된 모자이크사업 등을 꼽았다. 거가대로·마창대교 MRG(최소운영수익보장) 방식의 운영에 따른 재정압박과 진주의료원 등 출자·출연기관의 방만한 운영도 포함됐다.

주목할 점은 진주의료원과 학교 무상급식 지원 부분이다. 홍 지사 재임 기간 최대 논란이었던 두 사안의 뿌리에 채무관리 정책이 자리 잡고 있었다.

1년 뒤인 2014년 3월에는 채무 50% 감축 시기가 당초 2017년에서 2016년 말로 당겨졌다. 채무액도 1조 원 이내로 줄었다. 그 배경으로 거가대로 MRG 부담 축소(307억 원→191억 원)와 사회복지분야 예산누수 차단(147억 원), 지방세 비과세 감면(140억 원)과 탈루·은닉 세원 발굴(132억 원) 등이 제시됐다. 진주의료원 폐원 조치가 그사이 진행됐다.

올해 3월에는 당초 2017년에서 2016년으로 당겼던 채무 50% 상환 달성을 선언했다. 채무액은 6706억 원까지 줄었고, 도는 이때부터 '채무 제로' 목표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 '학교 급식비 지원액 0' 예산안이 편성됐다.

올해 11월에는 2016년을 '채무 제로 원년'으로 내세웠다. 중소기업육성기금·환경보전기금·양성평등기금 등 13개 기금은 폐지를 전제로 총액 1377억 원을 세입으로 잡았다.

하 기조실장이 "도정의 핵심 과제로 정했고 방안을 찾아 곧바로 집행했기 때문에 성과가 빨리 나타났다"고 답했지만, 목표치·시기를 조정할 때마다 진주의료원 폐원, 무상급식 지원 중단, 기금 폐지 등의 논란이 재생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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