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음악계의 가장 큰 이슈는 2015 쇼팽 콩쿠르, 그리고 1위를 차지한 조성진이라는 젊은 피아니스트일 것이다.

많은 언론과 방송이 이 젊은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그의 연주 장면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연주회 소식과 음반 정보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조성진 씨의 효과는 침체하여 있는 국내 음악계에 큰 활력소임이 틀림없다. 국내 최대 음반 판매 사이트 중 하나인 예스24에 따르면 조성진의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을 필두로 임동혁, 김선욱 젊은 피아니스트 음반이 클래식 음반 베스트 3를 석권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으로 이들의 음반은 클래식 분야에서는 드물게 여성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클래식 음반의 주 소비층은 40대 남성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아마 고도로 발달한 통신과 방송의 힘이 클 것이다.

또 이러한 현상은 몇 해 전 피겨선수 김연아의 현상과 사뭇 다르지 않은 듯하다. 우리는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피겨 불모지였던 우리나라에 김연아 선수로 인해 피겨스케이팅이 국민 스포츠로 떠오르고 많은 사람이 피겨에 관심을 뒀다. 제2 제3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과정 중에 웃지 못할 많은 일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김연아의 경기장면을 중계하는 아나운서 멘트와 프랑스 방송사 아나운서 멘트 비교가 대표적일 것이다.

예술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멘트에서 피겨스케이팅을 대하는 본질적인 시각 차이를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의 본질은 보이는 것이 아니고 들리는 것이 우선이다. 음악회는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들으러 가는 마음가짐과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각적인 효과가 들리는 음악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필자 또한 공연을 볼 때 좋은 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연주자의 손끝과 표정을 생생히 보고 싶어서인데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다 보면 마음으로 느껴지는 것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듣기만 해도 그림이 그려지고, 어떤 움직임이 저절로 나오게 되고 현실에서 불가능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까지 만든다는 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보이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어느 순간 보이는 것이 들리는 것을 지배하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연주자의 명성이 우리의 귀를 닫은 것은 아닌지 그의 연주모습이 그의 음악을 듣지 못하게 막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고민해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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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을 비롯한 유명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젊은 연주자의 인기는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그들의 명성에 그들의 음악이 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의 음악이 우리 귀를 통해 우리 마음에 전달되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마음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전욱용(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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