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일간지 올해 발간한 연감 살펴보니

지역일간지들은 매년 이른바 '연감'이라 불리는 굉장히 두껍고 비싼 책을 편찬한다. 마치 이 책 한 권만 봐도 경남에서 한 해 일어났던 모든 일들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거나 언론사 역량을 기울여 만드는 책인 만큼 경남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많을 것이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올해 발간한 연감들을 살펴봤다. 느낌과는 정반대로 새로운 정보도 알찬 내용도 없었다.

◇연감 내용 살펴보니 '짜깁기' = <경남일보>는 지난 4월 22일 <2015년 경남포커스 &뷰>라는 제목으로 688쪽짜리 연감을 발간했다. 연감 목차를 살펴보니 모두 경남지역 관공서가 나열돼 있었다. 경남도청, 경남도의회, 경남도교육청, 시군청, 시군의회, 시군교육지원청, 선거관리위원회, 각 경찰서 순으로 돼 있었으며 이들 관공서에 대한 소개와 관공서 기사로 구성돼 있었다.

경남도청을 소개하면서 경남도 유래, 위치 등은 경남도청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겼으며, 경남도 민속·전설·민요 등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만든 문화콘텐츠닷컴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에 불과했다. 관공서 기사 또한 과거 <경남일보> 기사를 그대로 옮겼으며, 비판적인 내용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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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가 4월 내놓은 <2015년 경남포커스 &뷰> 속 경남도청 헤드라인 뉴스.

책 후반부 150여 쪽은 '2015 사람의 향기'라는 이름으로 콘텐츠를 구성했으나, 이 역시 인물 단신이나 인터뷰 기사를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경남신문>은 지난 5월 29일 <2015 뉴스포커스 경남연감>이라는 제목으로 총 3권으로 구성된 연감을 발간했다. <경남연감>과 별책으로 <경남비경 100선>, <경남지역 주요기관단체 명부>로 구성했다.

<경남연감>은 448쪽으로 이뤄져 있으며, 2014년 10대 뉴스(48쪽), 2014 월별 뉴스 브리핑(224쪽)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10대 뉴스는 도내 주요 이슈를 재정리한 것이며, 월별 뉴스 브리핑은 과거 <경남신문>에 실린 주요 행사와 단신 기사만을 선별해 옮겼다. 월별 뉴스 브리핑에서 사회적 이슈나 논란이 된 내용은 없었다. 324쪽부터는 '2014~2015 경남 현황'이라는 제목으로 지자체와 도내 주요 기업, 대학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사실상 해당 기관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나 마찬가지였다.

별책으로 316쪽짜리 <경남비경 100선>은 과거 <경남신문>에 연재했던 같은 제목의 연재물을 모은 것이며, <경남지역 주요기관단체 명부>는 각 행정기관 간부급 이상 공무원의 실명과 사무실 연락처, 각 사회·관변단체 연락처 등이 수록돼 있었다. 일부 사회단체 대표자 휴대전화 연락처도 있었다.

이렇듯 연감은 각 지자체가 제공해 준 자료와 기존 기사를 짜깁기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비판적이거나 실용적인 내용보다는 해당 기관의 구미에 맞춘 내용이었다. 각 일간지에서 매년 연감을 발행하지만 이 같은 구성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 밖에도 <경남매일>은 약 500쪽에 달하는 <경남지명사>, <경남도민신문>은 약 400쪽에 달하는 <우리문화유산을 찾아서>를 올해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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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이 5월 발간한 <2015 뉴스포커스 경남연감> 속 월별 뉴스 브리핑.

◇비싸고 아무도 보지 않는 연감 = 실제 취재과정에서 연감을 구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대학 도서관, 공공도서관에는 과거 연감은 몇 권 있었으나 최신 연감은 거의 없었다. 창원대학교에 겨우 올해 발간한 <경남연감>과 연합뉴스에서 발간한 <연합연감>이 있을 뿐이었다. 경남도청 자료실에도 최신 연감은 없었으며, 경남도의회 자료실에 <2015 경남연감>과 <2015 경남포커스 &뷰>가 있을 따름이었다. 왜 이렇게 도내 일간지에서 발간한 연감을 찾기 어려울까? 바로 턱없이 비싼 가격에 있었다. <경남연감>은 18만 원, <경남포커스 &뷰>는 19만 8000원, <경남지명사>는 19만 원, <우리문화유산을 찾아서>는 19만 7000원 등 하나같이 10만 원 후반대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경남도청 자료실 관계자는 "우리 예산으로는 도저히 연감을 구매할 수 없다"고 했으며, 경남도청 공보관실 관계자는 "따로 연감 구입비용은 없으며, 일부 부서에서 사무용품 비용으로 약간씩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연감을 찾는 사람도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의회 자료실 관계자는 "연감을 찾는 분은 없었다"고 했으며, 공공도서관에서는 아예 연감이 창고에 보관자료로 돼 있어 대출할 수 없을뿐더러 연감이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해 허둥대기도 했다. 이렇듯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기 때문에 홍보 효과가 의심되지만 연감에 적지 않은 광고가 붙어 있었다. <경남포커스 &뷰>에는 9쪽, '2015 경남연감'에는 44쪽에 걸쳐 지자체·기업 광고가 실려 있었다.

경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안차수 교수는 "연감에 실린 광고는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광고주에 대한 압박에 의해 실린 것으로 이해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이어 "외국 주요 언론에서 만드는 연감은 과거 중요한 이슈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완전히 새로운 편집으로 재구성하고, 지면에서 빠진 사진이나 이야기를 독자에게 서비스하고자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언론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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