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재미로 시작한 음악 나를 일깨운 삶으로…'잘못' 내려놓기, 이국적 악기 다루며 상처 치유

봄눈별(김택균·38·사진). 치유음악가. 그는 경남에서 자주 공연을 하는데 북아메리카 인디언 플루트, 아프리카 원시 악기 칼림바(엄지피아노) 같은 이국적인 악기를 연주한다. 모든 연주는 즉흥적이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항상 '이 순간 여기에서만' 들을 수 있다. 연주가 끝나면 조곤조곤한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중 그가 어떻게 가난하고 행복한 삶을 택했는지 하는 부분을 들어보자.

제가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 주말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도 했거든요. 금전적으로는 안정적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았어요. 지난해가 음악을 한 지 5년째였는데 수입이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올해 수입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계산해 보니 연봉 700만 원 정도 되더라고요. 그동안 돈을 못 버는데 단련이 돼서 그런지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나게 부자가 된 거 같더라고요.

제가 지금 38살인데 음악을 33살에 시작했어요. 그때 엄마한테 '엄마 내가 이제부터 음악을 시작할 거야' 그랬더니 엄마가 '대가리가 삐었냐' 그러더라고요. 그때 저는 그냥 취미로 할 거라고 그랬어요. 그러고는 직장 그만두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씩 악기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취미로 3년을 하다 보니 공연을 하게 되고 음반도 내고 돈도 조금씩 들어오더라고요. 그렇게 지금은 오롯이 음악만 하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재미로 시작했다는 거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도 못 하는 이유가 바로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인데요. 제대로 시작하면 3가지 단점이 있어요. 도중에 관두기가 어렵고, 가족들이랑 갈등을 겪고, 마지막으로 내가 못할까 봐 겁나요. 근데 재미로 시작하면 내가 못해도 상관없고, 가족들도 '지가 얼마나 하는지 두고 보자' 그러고 말고, 포기하기도 쉬워요.

요즘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일을 생각해 봤더니 누군가를 위로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저에게 연락하는 사람이 참 많아요. 연락이 오면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더는 할 말이 없을 때까지 들어주는 거예요. 어려운 일을 겪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어요. 자신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 건데 모두 자기 잘못으로 생각한다는 것.

우리는 무슨 일을 할 때 어떤 결과를 두고 다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해버려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계속 기분이 안 좋고 몸과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죠.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되기까지 아주 많이 힘들었잖아요. 그걸 또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나 자신이고요. 자신에게 '여기까지 오기까지 아주 힘들었으니 내가 앞으로는 응원해줄게'라고 말해주면서 한 해 마무리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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