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이야기 탐방대]11월 22일 거제도포로수용소 유적공원을 둘러보고 나서

경남도민일보의 마지막 탐방지는 거제에 있는 포로수용소였다. 말로만 듣던 포로수용소에 직접 도착해서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그 당시엔 어떤 일이 많이 일어났는지를 생각해보다가 내가 정말로 포로수용소 내부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때 당시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재구성해보았다.

“야, 드디어 오늘이다. 날래날래 오라우”

친구 놈의 속삭임으로 일어났다. 거제에 있는 포로수용소에 갇힌 지 어언 한 달이 다 되어 가는 지금, 포로들이 살고 있는 천막에는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친구 놈 말에 의하면 오늘 오후에 미국에서 온 사령관의 목을 딸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것들이 단체로 이렇게까지 탈출을 감행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안 그래도 먹을 것이 없던 함경북도에선 흉년이 들기 시작했다. 굶어죽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던 때에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의 손에 억지로 이끌러 온 곳이 바로 거제포로수용소이다. 거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로서는 하루 3번 밥도 제공되고, 글을 잘 모르는 나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이곳을 왜 빠져나가려 할까.

“야아, 니는 도대체 와 여길 빠져나갈라하노, 고마 살기 편한데 있음 될낀데……” 하고 친구 놈을 말려보지만 친구 놈은 들은 체도 안한다.

“고마 내랑 여서 살자. 하루 세끼 밥 다 먹는 거, 이거 엄청나데이. 우리 다시 돌아가면 이리 못 먹는다. 이거 하난 확신한데이. 고마 있자.”

돌아오는 건 묵묵부답뿐.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친공이니 반공이니 하는데, 그냥 위쪽지방에서 왔다 하면 되개 친공이라 하고, 여기 주민들도 밥을 퍼줄 때에도 조금만 퍼주는 것을 보니 ‘친공이 나쁜 것이구나’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친구놈이 들고 있는 두건을 보니 ‘반공 타도’라 적혀 있었다. 왜지? 이 친구가 이제 대놓고 나쁜 것을 옳다고 우기네 라고 생각하여 한 마디 하려 하자 천막 내로 누군가 들어오더니 대뜸

“동무들 다 준비됐나? 곧 시작한데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있으라.” 하고 나갔다. 이게 또 무슨 소린가 싶어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냥 자기가 하는대로만 하라 한다. 밖으로 나가보니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겠구나 싶을 정도로 곳곳에 시체가 놓여 있고, 피가 흥건하게 있는 곳도 있었다. 나는 그걸 보자마자 다시 천막으로 되돌아왔다.

밖에서는 총성과 비명소리가 섞여 들리는데 나는 나가지 않았다. 친공이 뭐고 반공이 뭔지 설명도 안 해주고 대뜸 잡아와서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고 밥도 주고, 교육받을 때에도 반공이 더 좋은 것이라 배우고 있었는데 친구의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 부분이 아닌가. 과연 내가 잘못된 것일까.

거제포로수용소에 잡혀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친공이 무엇이고, 반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에게 포로수용소는 천국이 아니였을까. 물론 뚜렷한 친공주의인 사람들의 주도 하에 일어난 폭동이었겠지만 내 생각엔 저렇게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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