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갈림길이 나오면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나는 이번 여행 중 하루 동안 두 번의 선택을 하게 됐다.

첫 번째 선택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숲길은 처음에는 좋았지만 똑같은 풍경은 우리를 지루하게 만들던 차였다. 그래서 선택한 길은 조금 돌아가더라도 탁 트인 해안가를 따라가는 길이었다. 탁월한 선택 덕에 잠시 해안가 절벽에 누워 스릴도 만끽하며 쉬어 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선택이 우리에게 또 다른 선택에 빠지게 했다. 해안가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너무 많이 돌아가게 된 것이다. 여기서 다시 내륙 쪽으로 돌아가려면 언덕을 올라야 했다. 그리고 그 언덕길은 다시 우회하는 길로 나 있었는데 친구와 나의 선택은 달랐다. 친구는 조금 돌아가도 잘 닦인 길을, 모험심이 발동한 나는 길이 아니지만 조금 빨라 보이는 길을 선택해서 언덕 위에서 만나기로 했다.

이내 나의 선택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내가 선택한 길에는 어마 무시한 가시덤불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시덤불을 헤쳐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언덕에 도착하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 이내 나를 포기하게 하였다. 다시 돌아 나오는 길도 쉽지 않았다. 가시덤불은 내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데다 허리 높이까지 나 있어 앞으로 나아가려면 가시에 찔리지 않고 지나가는 방법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1미터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힘들다 보니 다른 길로 간 친구는 이미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어진 후였다.

그렇게 다시 길로 돌아와 친구를 따라잡고자 걸음을 재촉해서 언덕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 친구는 없었다. 다만, 나를 기다리는 건 허허벌판에서 풀을 뜯는 말과 소, 양뿐이었다.

나를 찾아 그곳에서 한참을 헤맸던 친구와 앞서 간 친구를 따라갈 거라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던 나는 결국 만나기로 한 언덕이 아닌 우리의 최종 목적지에서 재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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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각기 다른 갈림길에서 서로 다른 우여곡절을 겪으며 마침내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일화들을 늘어놓으며 여행 기간 중 최고로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며 서로에게 물었다. 또 그런 갈림길이 나왔을 때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인지. 그리고 나는 대답했다. 오늘의 내 결정이 결국 내일의, 내 미래의 결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넘어지고 찔리고 상처받았고 내 결정을 후회한 때도 있었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모험을 즐기는 천방지축 여행가인가 보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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