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보이면 경찰 사법처리 표적…정부, 폭력 내세워 집회 본질 외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4일 국무회의에서 서울 민중총궐기대회를 언급하면서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IS도 그렇게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집회·시위에서 복면 착용 금지'를 담은 이른바 '복면 금지법'이 발의됐습니다.

복면의 사전적 의미를 옮겨보면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얼굴 전부 또는 일부를 헝겊 따위로 싸서 가림'입니다.

경남에서 지난 시간을 들춰보면 다름 아닌 어르신들이 복면을 쓸 수밖에 없는 서글픈 일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8~9년 전 식수·농업용수 고갈을 우려하며 샘물공장 건립을 반대한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주민, 그리고 송전탑 건립 반대에 나섰던 밀양 할매·할배들이었습니다.

당시 감물리 샘물공장 취재를 했던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는 "날씨가 추워서 복면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2006년 12월 생수공장 건립 반대 집회에 복면을 쓰고 참석한 밀양시 단장면 감물리 주민 모습./경남도민일보DB

그러자 어르신들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저것들이(샘물공장 측과 경찰) 카메라·비디오로 찍어서 자꾸 고소·고발을 해대니 견딜 수가 있어야지!"

경찰이 오는 12월 5일 전국농민회 주최의 제2차 서울 민중총궐기대회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불법 폭력 변질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랍니다. 헌법으로 보장된 집회의 자유, 나아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위험한 생각입니다.

국민 목소리에 귀 막은 정부가 이제는 아예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복면 금지법'은 어쩔 수 없이 집회를 할 수밖에 없는 사정, 집회현장에서 악의적 이용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려야 하는 사정은 외면되고 있습니다.

2013년 10월 밀양 송전탑 농성장 철거를 막고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농성장을 지키는 주민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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