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 그들의 뒷일을 처리하는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 이들 뒷거래의 판을 짜는 이는 대한민국 여론을 움직이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다.

더 큰 성공을 원한 안상구는 이들의 비자금 파일로 거래를 준비한다. 그러나 이내 발각되고 폐인이 되어 버려진다.

'백'없고 족보가 없어 늘 승진을 눈앞에 두고 주저앉는 검사 우장훈(조승우).

마침내 대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게 되지만 비자금 파일을 가로챈 안상구 때문에 수사는 종결된다.

우장훈은 책임을 떠안고 좌천된다.

정치가와 재벌, 언론의 추악한 카르텔 구도와 이를 뒤흔드는 내부고발자 깡패와의 사투가 영화 전반을 장악한다.

욕망으로 얽힌 나쁜 놈과 더 나쁜 놈, 덜 나쁜 놈들의 시궁창 싸움을 초반 '19금' 장치에 기대어 비릿하고 역겹게 몰아친다.

"넌 복수를 원하고, 난 정의를 원한다. 그림 좋잖아."

우장훈과 손을 잡고 복수를 시작하는 안상구. 그런데 깡패의 말은 그게 행여 진실이언정 세상은 믿어주지 않고 이후 반전에 이르기까지 다시 거칠게 다그친다.

이처럼 영화는 시작부터 여러 사건이 휘몰아치고 노골적이고 잔혹한 장면으로 시선을 붙잡으며 좀처럼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급박한 호흡 속에서도 감독이 영화를 끝까지 자신이 정한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힘은 영화를 실제처럼 만들어 버리는 배우들에게서 나온다.

"끝에 단어 3개만 좀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 진다'로."

글 몇 자 휘갈겨서 세상을 자기 맘대로 휘두를 수 있다고 믿는 글쟁이의 오만은 역겹다.

'국민'이라는 단어를 무슨 '만병통치약'처럼 남발하는 오욕으로 가득 찬 노회한 정치인의 모습은 추하다.

욕망으로 질주하다 버려지고, 복수를 꿈꾸다 다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반전을 이끌어가는 다분히 입체적인 캐릭터인 안상구는 이병헌에 의해 현실적 인물로 안착된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인물은 우장훈이다. 우장훈은 <베테랑>의 서도철처럼 맹목적으로 정의를 좇는 인물이 아니다.

우장훈은 현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투영한다. 유일하게 정의를 좇는 것 같지만 실제 '백'도 족보도 없이 살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이면을 명확하게 압축해 낸다.

비경찰대 출신의 서러움에 검사가 된 우장훈은 그곳 역시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연줄이 없으면 죽도록 일만 하다 버려진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만약 우장훈이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검사였다면 집요하게 '권력 삼인방'에게 칼을 겨누었을까?

굳이 이들의 비리를 캐내려 불 속으로 뛰어든 불나방이 되었을까? 되레 이들이 속한 단단한 카르텔에 들어가고자 안간힘을 쓰지 않았을까?

결국, 그는 대한민국에서 그 나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을 택한다.

윤태호의 웹툰 원작이 미결인 상태로 연재가 종료돼 결말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았지만 감독은 진지한 고민보다는 상업 영화의 틀을 좇은 듯하다.

원작의 탄탄한 구조를 바탕으로 돌진하다 통쾌하면서도 참 쉬운 결말로 마무리하는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