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없던 일도 직접 해보니 "어렵지만 재밌네"…요리사 되어보고 "고민 많은 일이구나"동영상 찍어주다 "촬영도 흥미로운데"

요즘 들어 학교에서 또는 학교 밖에 있는 청소년 활동 지원기관 등에서 학생들을 위한 진로체험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그 대부분은 여러 제약 조건이나 한계로 말미암아 실제 몸으로보다는 말이나 머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두산중공업이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하는 '마이 드림(M. Y. Dream, Make Your Dream) 청소년 진로체험단'은 그렇지 않았다.

창원에 있는 지역아동센터 소속 중학생들이 대상인데 7월 11일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백빌딩 3층 강당에서 발대식을 치렀다. 그 뒤 8월 17일과 29일, 9월 12일 모두 세 차례 진행한 직업 체험은 직업인들의 작업현장을 대부분 찾아갔고 강당으로 모신 경우도 손수 작업 과정을 재현하도록 했다. 물론 체험 과정에 앞선 세 차례 탐색 과정에서는 경제사회공유가치창출연구원(ICSV)의 동영상(www.isharevalue.org)들도 활용을 했다.

'마이 드림 청소년 진로체험단'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직업 현장을 찾아가거나 작업과정을 재현한 곳에서 다양한 직업세계를 직접 경험해보고 있다.

아이들이 체험해보고 싶다고 선택한 열한 가지 직업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았던 체험은 요리사였고 그 가운데서도 양식 요리사가 으뜸이었다. 텔레비전에서 '먹방'이니 '쿡방'이니 하면서 많이 보여주니까 아이들도 그쪽에 관심이 높아져 있었던 것이다. 중국 음식 요리사도 세 명이 선택했다.

게임과 토론, 동영상 관람 등을 거친 다음 아이들이 체험하고 싶다고 한 직업은 요리사, 네일아티스트, 가수(작곡가), 동물사육사, 바리스타, 마술사, 제빵사, 헤어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심리상담사, 경찰 등이었다.

특히 경찰은 체험하려 한 아이들이 원래는 여섯이었는데 나중에 이런저런 곡절을 거치면서 셋으로 줄었는데, 체험하고 난 다음 호응도는 또 가장 좋았다.

유치장에 몸소 들어가 보기도 하고 수갑을 손수 자기 손목에 차 보기도 했으며 또 첨단과학장비를 동원해서 범행 증거를 수집하는 등등을 체험했는데,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데에 더해서, 평소에는 쉽게 마주할 수 없었던 경찰관 직업세계의 비밀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이런 일도 있었다. 체험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아이들에게 동영상 촬영·편집 방법을 강의하고 손수 찍어보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자기 휴대전화를 갖고 열심히 찍은 한 학생은 동영상 촬영에 흥미를 느껴 이 일을 나중에 직업으로 삼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실제로 일을 해보는 과정에서 자기도 몰랐던 흥미와 소질이 나타나기도 했던 것이다.

직업(선택)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는 사실은 체험 과정 자체가 일러주는 교훈이었다. 이를테면 네일아티스트의 경우 대부분 알록달록하게 색칠하고 꾸미는 것이 좋아보여 체험 선택을 했는데, 실제 해 보니까 그렇게 색깔이 나오도록 준비하고 배합하는 과정이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줄을 알게 됐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같은 이야기는 요리사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다. 아이들은 직업 요리사의 작업을 관심 깊게 지켜봤을 뿐만 아니라 뒤이은 실습도 흥미로운 가운데 진지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직업인이 던진 말은 "힘들다"였다. 전망도 있고 보람도 있지만 지금 눈으로 보이고 간단하게 실습으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이나 재미는 부분일 뿐 재료를 옮기고 가다듬는 노동이 고될 뿐만 아니라 메뉴를 스스로 개발해 내야 하는 고달픔도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냥 대충 해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은 없었다.

가수(작곡가)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텔레비전에서 보는 가수나 작곡가가 생각할 수 있는 전부지만 서울이나 전국 단위에서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극소수고 대다수는 지역에서 크게 이름이 나지 않은 채로 활동하며 살아간다.

물론 나름대로 영역과 보람이 있는 것이어서 이렇게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한테 작지 않은 도움이 됐을 것이다.

대부분 아이들은 체험을 마치고 나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실제 작업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 또는 좋아하는 일이라고 해서 나중에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도 했다. 더불어 자기가 하고 싶은 직업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게 됐다는 아이도 있었다.

이번 '마이 드림 청소년 진로체험단' 프로그램은 참가한 학생들이 장차 무엇을 자기 직업으로 삼을지에 실제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녹록하지도 않다. 중학생 시절에 이런저런 직업을 갖겠다고 정한다 해도 그것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고 어쩌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직업의 세계가 아니라, 보람과 즐거움과 재미만 있는 일면적인 직업의 세계가 아니라 양지와 음지, 좋음과 나쁨이 공존하는 현실 직업 세계를 몸으로 겪어보고 직업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은 일이 아닐까 싶다. 직업 체험에 대한 아이들의 구체적인 소감과 향후 계획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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