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천시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한바탕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사천시의 업무협조 중단 엄포에 KAI는 본사 이전으로 맞섰고, 감정싸움은 극한으로 이어졌다. 덩달아 사천시와 진주시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번 싸움을 지켜본 대다수 사람은 아집·고집에서 비롯된 사천시 잘못이라고 한다. 진주가 우주사업 관련 예산을 가져오자 사천의 질투심이 폭발했고, 급기야 생떼를 부렸다는 것이다. 특히 애먼 사람(KAI)에게 화풀이까지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이 모든 일이 사천시 잘못일까. 이번 싸움의 단초는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싶은 한 정치인의 욕심이 제공한 것이다. 물론 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공(功)을 나누고 싶지 않은 정치인의 마음이기에 이해는 된다. 적당한 욕심은 발전의 원동력이 되지만 과도한 욕심은 반드시 화를 불러온다. 조조가 유비와 손권이 서로 다투는 틈을 노려 손쉽게 한중을 점령하고 농을 손에 넣었다. 이때 사마의가 촉의 유비를 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조조는 "득롱망촉(得롱望蜀·이미 농을 얻었으니 촉까지는 바라지 않소)"이라며 진격을 멈췄다. 만약 힘에 부쳤던 조조가 욕심을 부려 유비와 전쟁을 벌였다면 조조의 미래는, 중국 역사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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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와 사천은 상생발전을 논하는 형제도시라고 자처한다. 그런데 한 정치인이 우주사업은 진주가 하고, 항공사업은 사천이 하라고 한다. 이미 항공사업을 진주와 사천이 함께 하는 상황에서 우주와 항공을 각각 따로 하자는 말은 궤변에 불과하다. 진정한 형제도시가 되려면 항공사업도, 우주사업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결코 한 정치인의 욕심으로 원수 사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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