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과 톡톡]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

올 4월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성대하게 열린 개소식을 하고서 7개월 보름여가 지난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문을 열 때 개념이 모호한 '창조경제'를 내세우며 현 정권이 대기업에 짐만 지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경남센터는 그 우려를 서서히 지우고 있다. 센터 입주 보육업체가 세계적인 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받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다소 미심쩍게 보던 지역 상공계 시선도 바뀌고 있다. 이런 시각 변화를 이끈 이는 단연 최상기(61)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다. 두산중공업 임원 출신인 그는 부지런한 발품으로 지역 상공계로부터 호평을 받고 성과를 하나 둘 쌓아가고 있다. 물론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지난 23일 지금까지 성과와 앞으로 갈 방향을 최 센터장을 만나 들어봤다.

- 문을 연 지 8개월가량 됐지만 아직 도민에게 낯설다. 센터 주요 업무를 설명해달라.

"센터 역할은 창업 활성화, 기존 중소기업이 좋은 일자리를 갖춘 업체가 되도록 지원, 창업지원 활동과 중소기업 성장으로 지역 내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등 크게 세 가지다. 한국경제는 대기업 중심으로 성장해왔는데, 이 성장전략으로는 1인당 국민총생산 3만 달러 선을 넘지 못한다.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고, 새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대기업이 성장해도 이제는 일자리 창출이 별로 없다. 결국 창업과 중소기업 성장을 바탕으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 전진기지가 우리 센터다."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 /김구연 기자 sajin@

- 중점 추진사업을 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17개 시·도별로 세워졌다. 경남센터는 기계산업을 중심으로 잡고 있다. 기계산업 최고기업인 두산그룹과 연계해 노후화한 창원산단의 기계산업에 ICT를 결합한 융·복합화를 이루고, 두산이 세계 제일이라 내세우는 해수담수화에 바탕한 물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며 경남전략산업인 항노화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지금 센터 문을 두드리는 기업 대부분이 기계업종이다. 물 산업은 최근 첫 '워터 아카데미'를 열었고, 창원대-두산중공업과 협약을 맺어 창원대 내 '워터 캠퍼스(Water campus)' 과정을 개설·운영하기로 했다. 수출에 필요한 FQ 인증 때 두산중공업이 돕기도 한다. 항노화산업이 남아 있는데, 그건 어떤 식으로 시작할지 준비 중이다. 센터 입주 보육기업과 미입주 보육기업 지원에 우선하고 있다. 진주를 중심으로 그 분야에서 창업하려는 이들이 많다."

- 센터에서 기존 창업·중소기업지원기관과 가장 차별화하는 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원스톱 지원 시스템이다. 센터 안에 금융기관, 공익법무관을 통한 법률 상담, 특허청 변리사를 통한 특허 상담, 내년부터는 고용노동부에서 고용 관련 직원까지 보내 고용 상담까지 한다. 여기에 두산그룹 전 임원들이 사업 관련 충고·제언을 해주고 자신이 지닌 인맥을 활용하기도 한다. 기존 지원기관은 창업과 사업 확장을 하려면 여러 곳에 다녀야 했는데 우리 센터에서는 한꺼번에 해준다. 다른 기관에서 '이런저런 규제규정 탓에 안 된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런저런 규제를 어떻게 풀면 가능할 것 같다. 한 번 건의해보자'고 한다. 이건 큰 차이다. 또한, 아이디어가 있지만 창업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단계별로 지원해준다. 기업가 정신을 북돋고자 '창조경제 & 창업 토크 콘서트'를 자주 여는 이유도 그렇다. 기존 강의 형태에서 벗어나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자유롭게 강사와 얘기를 주고받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 중소기업 전진기지로서의 센터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idomin.com

- 초기 센터를 보던 미심쩍은 시선이 제법 걷힌 것 같다. 그렇게 느끼는가?

"그렇다. 솔직히 처음에는 정말 막막했다. 이제는 자신감을 얻었다. 창조경제는 의미가 모호할 수 있지만 어떻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막상 방문한 이들은 센터에서 편하게 대해 주고 한 자리에서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소문을 낸다. 요즘 방문객이 제법 늘었다. 개소 초기 정권 성과를 위해 대기업 희생시킨다? 뭐 이런 비판이 있었다. 평소에는 대기업이 사회에 더 이바지해야 한다면서도 대기업 발목 잡기라고 하는 건 너무 이중적인 잣대다. 솔직히 대기업 성장에는 정부 시책 덕이 있었다. 대기업이 혁신하고 고용을 창출한다지만 이제 한계에 왔다. 결국,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기술 개발을 하면 대기업이 접목해 대기업에도 좋다. 국외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 사례를 특이하게 보며 세계 유수 대학에서 연구 사례로 채택하려고 한다."

- 구체적인 (업체) 성과를 얘기해준다면.

"두산과 연계해 성산툴스가 전혀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 성공사례 1호다. 센터 입주 창업기업인 소셜빈이 '2015 독일 국제 아이디어 발명 및 신제품 전시회'에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한 공장 안전 관리 솔루션'을 출시해 최고상인 IFIA 국제발명가협회 금상과 특별 발명상을 함께 받았다. 센터 보육기업인 ㈜에코맘도 오색 발아 현미로 만든 이유식을 개발·판매하는 시스템으로 '2015 농수산식품 창업콘테스트'에서 동상을 받았다. 자체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센터에 입주한 업체들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현재 5개 입주기업이 있는데 내년에는 10개 혹은 11개로 확대한다. 2기 아이디어 창업공모전에도 80여 개 아이디어가 제출됐다. 마늘로 접착제를 만드는 JR이라는 업체 판로 개척을 위해 미국 순방 사절단에 동행해 샘플 계약을 하고, 롯데 부산센터를 통해 판매망을 확보해줬다. 곧 기금 직접 투자기업도 선정할 것이다."

- 창원은 기계산업이 주력업종인데 휘청한다. 한중 FTA 전망도 그렇고 각종 지표가 어둡다. 어떻게 보는가?

"우리는 트리플 융합에 따른 기계산업 혁신을 내세운다. 세계 경기 흐름, 중소기업 산업 동향 등에 이제는 기업 경영자가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우선 마인드를 바꾸는 교육 프로그램을 하려고 한다. 기계산업 혁신과 융합을 위해 먼저 회사 리더가 눈을 떠야 한다."

- 끝으로 대기업 임원 출신으로 창원과 경남 산업 현재 희망은 있다고 보는가?

"현대양행(현 두산중공업) 때부터 일했다. 당시 회장은 '일본 기술 베끼지 말고 원천기술을 도입하라'고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 CEO들과 관에서 방향만 잘 잡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창원시장님이나 경남도민이 이 문제에 더 민감할 필요가 있다. 진짜 '기업 프렌들리'를 해서 창원을 세계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었으면 한다. 그 길에 우리 센터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돕겠다."

<최상기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1954년 경남 기장군(현 부산시) 출생

△1973년 2월 부산고등학교 졸업

△1978년 2월 부산대학교 기계설계학과 졸업

△1978년 1월 현대양행 입사, 창원공장 근무

△1979년 10월 현대중공업과 합병으로 울산 현대중공업 근무

△1980년 11월 한국중공업 창원공장 근무

△2001년 1월 두산중공업으로 합병

△2013년 4월 두산중공업 전무(터빈/발전기 BU장)로 퇴임

△2013년 9월 창원문성대학 외래교수(~2014. 6.)

△2014년 5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산업카운슬러 1급 자격증 취득, 전문위원 위촉

△2014년 10월 홍광수 DISC 연구소 강사과정 이수 후 수석코치 선임

△2014년 11월 7일 ∼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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