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매각 시도 '불발'법원 회생 계획안 폐기노동자 190명 전원해고 앞둬…퇴직금 문제 남아

통영 조선소의 역사이자 한국 조선의 역사이기도 한 신아sb가 곧 파산할 것으로 보인다.

신아sb와 노조는 "창원지방법원이 곧 파산을 선고할 것으로 안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 전원은 해고된다"고 25일 밝혔다.

신아sb가 파산하면 한때 시민과 노동자가 사들여 시민 회사로 운영되기도 했던 이 조선소는 영욕의 세월을 마감하게 된다. 신아sb는 장부상 현재 노조원 170명 정도를 포함해 19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실제 출퇴근 노동자는 45명 정도다.

신아sb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해야 퇴직금을 받게 되므로 24일까지 30명 정도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부분 노동자가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아sb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M&A를 포함해 수차례 매각 시도를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통영 신아sb 전경. 수만 t 건조 선박이 있던 신아sb 내부가 텅 비어 있다. /허동정 기자

이런 상황에서 법원은 이달 12일 회사 회생 계획안을 폐기했다. 이후 신아sb는 지난 23일 창원지방법원에 파산 신청서를 제출했다.

파산이 결정되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지정하게 된다. 파산관재인은 회사 자산을 처분하고 채권자들에게 분배하는 역할 등을 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이 신아sb 노동자들 퇴직금으로 사용 예정인 예금 69억 원 인출 제한을 하면서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신아sb 노조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신아sb 등과 법인회생절차 폐지 확정 결정 전에는 지급정지 등을 하지 않기로 확약했었다"며 "법인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공고되더라도 공고된 다음 날부터 법인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는데, 국민은행은 지난 13일 사전 공지나 동의도 없이 임의로 예금 인출 제한과 상계를 하겠다고 했다. 국민은행은 자신들의 채권만 먼저 챙기겠다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sb 또 다른 노동자는 "결국 우리는 회사를 살리지 못했다.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통영 중형 조선소 4개사가 법정관리 등 어려움을 겪을 당시 수차에 걸친 선거가 있었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군현 지역 국회의원, 김동진 통영시장 등은 조선소를 살리겠다고 공언했고 당선됐다. 하지만 그들은 선거 이후 외면했다. 그들이 어떤 대책을 세웠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신아sb의 파산이 결정되면 시대를 풍미했던 통영 4대 중형 조선소는 사실상 '올 킬(all kill)' 상태가 된다. 이 중 규모가 제일 큰 성동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에 위탁 운영되는 처지가 됐고, ㈜해진에 매각된 21세기조선은 수년째 영업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공장만 있는 조선소가 됐다.

그나마 삼호조선을 매입한 한국야나세가 조선소 명맥을 유지하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신아sb는 한국 조선의 역사 = 신아sb는 해방 다음해인 1946년 '최기호조선소'란 이름으로 설립됐다. 당시 이 조선소는 멸치선과 목선을 만들었다.

1973년 박정희 정권 시절 1차 석유 파동 당시 정부의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회사가 통폐합 대상이 되지만 살아남았다. 정부는 당시 최기호조선에 1억 원을 지원하고 4만 6150평의 공장 부지를 승인했다.

이 회사는 1970년대 사명을 신아조선으로 바꾸고, 대우그룹 위장계열사가 되기도 했다. 1980년대 말 정부는 대기업 등 부실기업 정리를 본격화하면서 신아sb는 시장 매물로 나왔다.

회사가 팔리지 않자 노동자와 임직원, 통영 유지들이 200만 원에서 1000만 원씩 갹출해 조선소를 인수했다. 신아조선은 이때부터 시민의 회사, 즉 종업원지주회사가 됐다.

신아조선은 이후 사장부터 여사원까지 주식 비율에 따라 같은 성과급을 받는 경영을 했다. 그리고 1993년 5000만 달러 수출탑까지 받았다.

이 회사 노동자들이 스스로 삽으로 땅을 파 조선소 독을 만든 일화는 대단히 유명하다.

조선소는 2000년대 중반까지 5만 t 건조 능력을 갖추며 승승장구했지만 부패한 종업원지주회사 경영진 때문에 좌초 위기에 빠졌다.

2006년 정·관계 전방위 로비로 유명한 이국철 전 회장이 신아조선을 인수하면서 SLS조선 시대를 맞았다.

SLS조선은 2009년 6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당시 이 회장은 허위 공시, 조선소 확장과 기업신용등급을 높이고자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2008년 이후 단 1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신아sb는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점점 몰락해 갔다. 부실한 조선소를 노동자들이 살리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파산 선고를 앞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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