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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의 사심가득 인터뷰] (10) 화가 여윤경

한국화를 닮은 한국화 작가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5년 11월 23일 월요일

10월 말 여윤경(32·창원시) 작가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를 찾았다. 오프닝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온통 여자들이었다. 괜히 무안해져서 나가려는데 여 작가가 알은 척을 하는 바람에 같이 앉아 있게 되어 버렸다. 그 자리에서 가만히 사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저 작가 참 좋은 언니 같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다음 날 다시 갤러리를 찾아 그와 마주 앉았다. 화가 여윤경은 차분하고 옹골찬 친구였다. 그의 작품도 그의 성격을 닮아 느리고 여유가 있었다.

- 왜 이렇게 여자한테 인기가 많아?

"주변에 여자뿐인 것 같아요. 하하하. 제가 창원대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인데요, 요즘에는 남자 신입생이 잘 없기도 해요."

작품 '잠기다(2015)' 앞에 앉은 여윤경 작가. /강대중

- 대학은 언제 입학해서 언제 졸업했어?

"저는 2002년 들어가서 2학년 때까지 다니다가 2년 휴학했어요. 언니가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집에서 학비 대는 일이 조금 힘들어졌거든요. 그래서 휴학을 하고 경북 구미시에 가서 2년 동안 사진관에서 일했어요."

-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어?

"아뇨. 사진 찍고 하는 것은 학교 사진 수업에서 배우기는 했어요. 그런데 거기서는 기계만 배웠어요. 기계로 현상하고 인화하고 그런 일을 했어요. 빨리 취직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거기에 갔는데, 원래는 조금만 일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가 정직원이 되어버렸어요. 그렇게 2년을 다니다가 학교로 돌아와서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 진학했지요."

- 어떻게 구미까지 갔어?

"제 고향이 구미예요. 본가도 구미에 있어요."

- 그림은 언제부터 했어?

"7살 8살쯤? 부모님이 처음에는 피아노 학원을 보냈어요. 그런데 선생님이 무섭게 해서 도망을 갔거든요. 그래서 다시 미술학원을 보냈는데, 거긴 아무 말 없이 가기에 계속 보내셨대요. 그때 학원 선생님이 좀 늦어도 괜찮아, 내일 또 하면 되지 그렇게 하셔서 저는 천천히 그림 그리고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여윤경 작 '비 오는 날(2008∼2015)'

- 근데 어떻게 한국화를 하게 됐어?

"처음 시작은 서양화였어요. 초등학교까지는 동네 미술학원 계속 다녔는데 중학교에 입학하니까 그 학원 선생님이 중학생은 가르칠 수 없으니까 입시학원으로 가라 그러셨어요. 입시학원에 갔더니 선배들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어떻게 하지 하고 있는데 친구가 자기가 화실에 다니는데 선생님이 아주 좋다고 그래서 거길 갔죠. 서양화 전공하신 선생님인데 거기서 유화도 배우고 수채화도 배우고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되니까 이제 입시를 해야 하니까 입시 전문학원으로 가라더라고요. 그때 디자인 전공으로 입시학원에 갔는데, 디자인 선생님이 너무 무서운 거예요. 시간 안에 완성 못 하면 때리고 했는데, 저는 손이 느려서 정말 많이 맞았어요. 그 학원 원장 선생님 부인이 한국화를 하셨어요. 저한테 한국화 한 번 안 해볼래 그러시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그려봤는데, 저보고 괜찮으면 한 번 해보자시더라고요."

-작업하는 거 보니까 패턴 식이 많은데 이게 완성된 네 스타일이야? 아니면 계속 찾는 과정인가?

"개인전 할 때마다 형태가 조금 다 달라요. 이 재료도 써보고 저 재료도 써보고, 이래도 해보고 저래도 해보고 그래요. 한가지 공통적인 주제는 있어요. 종이컵! 대학 4학년 개인전 준비할 때 친한 언니가 아르바이트하는 커피숍에 자주 가서 놀았는데, 기다리면서 드로잉을 했어요. 그때 드로잉을 제일 많이 한 게 컵이었어요. 그냥 커피잔보다는, 왜 커피자판기 옆에 보면 다 먹은 컵 모아두는 거 있잖아요, 그게 눈에 들어와서 쌓인 컵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선이랑 차곡차곡 쌓인 느낌이 아주 좋았어요."

- 한국화 하면 보통 먹으로 작업하는 거 아닌가, 네 작업은 좀 색다르네.

"보통은 먹이라고 생각하는데, 옛날부터 채색화도 있었잖아요. 어진(왕의 초상화) 같은 거는 석채(돌가루)로 그리거든요. 저는 목탄으로도 작업해요. 재료는 잘 안 가리는 편인데, 될 수 있으면 한국화 재료를 쓰려고 노력해요."

- 작업하는 거 말고 먹고사는 건 뭐로 먹고살아?

"아이들 가르쳐요. 초등학교 방과 후 교실도 하고, 문화센터에서 유치원생들 가르치는 거랑 해요."

- 애들하고 하는 건 재밌어?

"네, 어른들하고 있다가, 애들 보면 좋아요. 순수하잖아요. 감정을 숨기지를 않아요. 말을 안 들어서 화낼 일도 많지만, 웃을 일이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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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문화체육부에서 문학/영화/연극/출판 등을 맡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