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학회·부울경언론학회 세미나…4대강 사업 언론보도 진단, 경북지역 신문, 이슈 축소화
지역-중앙 갈등 짚지 못하고 주민 피해 보도 사례 적어..."서울지 흉내만 내다 끝나"

지난 20일 창원대학교 국제교류원 세미나실에서는 조금 이색적인 자리가 마련됐다. '4대강 사업 언론보도를 진단한다'는 주제를 두고 대한하천학회(회장 김정욱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명예교수)와 부산울산경남언론학회(회장 안차수 경남대학교 교수)가 공동으로 세미나를 연 것이다.

안차수 경남대학교 교수는 이날 인사말에서 "이 뜻깊은 자리가 성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정부가 지금 4대강 2차 사업으로 지천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듯한데, 이런 상황에서 지금 하천학회와 언론학회가 공동으로 이 문제를 거론해야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의 토대는 지난 6월 대한하천학회가 전국언론노조, 한국PD연합회, 환경운동연합이 공동으로 발표한 4대강 왜곡 언론 조사 결과다. 부울경언론학회는 당시 언론들이 기자회견에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다시 환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당시 내용을 6개월 동안 재확인하고 새로 분석해 이번 세미나를 준비했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이다.

20일 창원대 국제교류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4대강 사업 언론보도를 진단한다' 세미나에서 안차수 경남대 교수가 4대강 보도 분석과 관련해 발제하고 있다. /이서후 기자

◇4대강 보도에는 지역이 없다?

세미나는 크게 서울지역 종합지와 지역 신문으로 나눠 진행했는데, 모두 칼럼과 사설 분석을 기본으로 했다. 개중에 지역 신문 부분만 살펴보자.

원숙경·문종대 동의대학교 교수가 영남지역 6개 신문(부산일보, 국제신문,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영남일보, 매일신문)을 분석한 내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분석 대상은 2008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사설 300건, 내부 칼럼 77건, 외부 칼럼 69건으로 총 446건이다.

신문사별로 경남도민일보가 143건으로 제일 많았고, 부산일보가 116건, 국제신문 86건, 경남신문 53건, 매일신문 36건, 영남일보 12건이었다. 경북지역 언론들의 사례가 적은 것은 "4대강 자체를 프레임화하지 않거나 이슈 자체를 축소한 것"이라고 두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나머지 부산·경남 쪽에서는 경남도민일보, 부산일보, 국제신문은 4대강 보도에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경남신문은 대운하 추진기와 4대강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까지는 긍정적인 논조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4대강 평가기에 들어가면서 부정적인 논조가 급격히 늘었다고 두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원 교수는 분석 내용을 발표하며 "지역 언론 4대강 보도에는 지역이 없다"고 못 박았다.

원 교수는 신문사별 사설, 칼럼으로 권위주의, 경제, 소통, 환경/생태/보존, 지역민 피해, 졸속 공사 및 비리, 지역-중앙 갈등, 기타 등 프레임으로 나눠 분석해보니 환경/생태/보존 프레임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많이 나타나는 프레임은 졸속 공사 관련 내용이었다. 이는 서울지역 종합지가 분석한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으며 지역지다운 내용이 부족했다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원 교수는 "4대 강의 출발점이었던 지역 경제와 관련된 프레임이나, 지역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지역-중앙 갈등, 지역민 피해 프레임은 그 사례가 극히 적었다"며 "주로 현상 비판에만 머물거나, 서울지역 종합지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지역언론으로서 가치를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어민 피해보도가 어디에도 없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라며 "이는 지역 언론이 문제만 제기하거나, 서울 종합지 흉내만 내다가 끝났다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 언론이 어떠해야 하는가

이날 발제와 토론 과정에서 앞으로 4대강 2차 사업이 벌어진다면 언론들이 결국 어떤 노릇을 해야 하느냐를 두고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나왔다. 그럼에도 명쾌히 정리가 되지는 않았는데, 그만큼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란 뜻이다.

하천학회 소속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언론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균형적인 보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세스가 있느냐 하는 것이 궁금하다"며 "분석은 잘 들었는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생각해볼 때 결국은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언론학회 소속 김동윤 대구대학교 교수는 언론이 공정한 공론장의 노릇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조금은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다. 보수 언론에서도 반대론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진보 언론에서도 찬성론자들 의견을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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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간 4대강 사업을 비판해 온 하천학회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공학자로서 왜 지금까지 4대강 사업 문제가 자꾸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이어지는지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비합리성, 앵무새보다 못한 언론들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이날 1주제인 서울지역 종합지 사설·칼럼 분석 결과 중에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는 이가 주로 객관적인 출처를 제시하며 논지를 펴는데 찬성하는 쪽은 그러지 않더라는 내용이다.

이와 비슷하게 김영동 한겨레신문 기자는 "기자 개인으로 보면 보수언론이든 진보언론이든 충분히 4대강 사업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알고 있다"며 "결국 신문의 논조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런 부분에서 뾰족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보다 현실적으로 나갔다.

그는 "오늘 발표에서도 확인되지만 종합지든 지역지든 밥벌이를 하게 해주는 자본의 논리 안에서 자율성이 없다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차라리 전국이든 지역이든 매체에 대한 기대를 깔끔하게 접는 게 속 편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김 기자는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이들 자신이 1인 미디어가 되고, 그 미디어가 다시 연합한다면 전통 매체의 힘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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