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된 근대건축여행, 그 자체로 '힐링'이에요

대학생 조혜인(21·부산시) 씨. 그는 경상남도 인터넷 뉴스 <경남이야기> 명예기자다. 주로 경남 지역 근대 건축을 주제로 글을 쓴다. 지난달 10일 진해에서 근대문화유산 탐방을 주제로 진행한 '경남도민일보 제3회 독자와 기자 만남' 행사에서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생각과 태도가 진지한 것이 인상깊었었다. 마침 지난 15일 마산 지역으로 근대 건축을 둘러보러 왔기에 그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성 요셉 성당

혜인 씨가 처음 찾은 곳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완월동 성지여자중고등학교 안에 있는 성 요셉 성당이다. 경남지역 가톨릭 성당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원형이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로 지난 2000년 1월 31일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283호로 지정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요리조리 건물 외관을 둘러보는 혜인 씨. 무엇보다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정말 사진을 엄청나게 찍어댄다.

성 요셉 성당 앞에 선 조혜인 씨. /이서후 기자

"이렇게 많이 찍어야 그중에서 몇 장을 건져요. 정확하게 잘 찍지는 못해도 이 정도에서 이 정도 각도로 찍으면 예쁠 거 같다 정도 감은 이제 있어요. 주로 휴대전화로 찍어요. 그래서 일부러 화질 제일 잘 나오는 걸로 샀어요."

성당 옆에 문화재 표시를 살펴보던 그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낸다. 문화재청 홈페이지에서 오늘 답사할 건축물 개요를 일일이 손으로 옮겨 적은 것이다. 요즘 대학생이라 디지털로 무장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아날로그'한 구석이 있다. 자료 조사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먼저 문화재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필요한 내용을 발췌하고요, 그 외에 학교 도서관이랑 시민도서관 같은 데서 출간된 책을 참고해요. 미리 다녀오고서 뒤에 자료 조사를 할 때도 있어요. 가끔 건축용어도 참고하고요. 건축용어는 잘 모르니까. 이렇게 자료 조사를 하고 나면 굳이 다른 사람에게 안 물어봐도 이해할 수 있으니까 혼자 가서 조용히 보고 오는 편이에요."

조마조마한 태도로 성당 문을 열어보는 혜인 씨. 휴일이어서 문이 닫혀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는데, 다행히 문이 열려 있다. 성당 내부는 아담하고 밝다. 다시 밖으로 나와서도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는 등 주변을 다시 꼼꼼하게 살핀다.

"음…, 제가 그동안 본 다른 성당에 비해서 스테인드글라스도 그렇고 건물 구조도 그렇고 단순하네요. 근대 건축을 보러 다니면 성당에 가는 일이 많은데요, 성당은 말 그대로 성스러운 공간이라서 들어가기도 참 조심스럽고, 이렇게 살펴보고 글을 쓰는 것은 더욱 조심스럽고 그래요."

손으로 옮겨 적은 자료.

◇봉암수원지

두 번째 답사 장소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에 있는 봉암수원지다. 일제 강점기 마산에 살던 일본인과 일제 부역자들에게 물을 공급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28년 11월 일본인 혼다 쓰치코로오에 의해 착공해 1930년 6월 6일 준공됐고, 2005년 9월 14일 등록문화재 제199호로 지정됐다. 대다수 창원시민도 봉암수원지가 문화재청 정식 등록 근대 유산인 줄을 잘 모르지 싶다.

수원지로 들어가는 길이 멀어 혜인 씨와 제법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혜인 씨는 지금 부산에 있는 모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전공하고 있다. 어릴 때는 그림도 그렸는데 점점 그림을 보는 것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한다.

봉암수원지를 살펴보는 조혜인 씨.

"지금 개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는 조선통신사와 근대건축이에요. 근대 건축은 어찌 보면 제 전공이랑 관련이 없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거에요. 여행은 가고 싶고, 남들 가는 흔한 코스는 싫고 해서 찾은 게 근대건축이었어요. 해보니까 너무 재밌어요. 도착하는 순간부터 기분이 업되죠. 박물관 갈 때랑 비슷한데 주체할 수 없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살펴봐요. 저한테는 힐링 같은 거죠."

그리고 혜인 씨는 가까운 곳이든 먼 곳이든 주로 혼자 다닌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해서 대중교통 이용해서요. 요즘 포털 지도가 잘 돼 있어서 괜찮아요. 천만다행인 게 제가 길치는 아닌 거 같아요. 작년에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갔거든요. 이제는 좀 학교 수업이 많아져서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로 다녀요. 하지만, 방학 때 많이 다녀요. 서울 같은 데를 맘 놓고 길게 갈 수 있어서 좋아요."

봉암수원지를 배경으로.

그렇게 혼자 다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음…. 자유롭다? 하하하. 뭐랄까, 처음에는 집에 통금시간도 있고 그랬어요. 그런데 대학 진학하고 이런 주제로 여행을 하겠다니까 부모님이 선뜻 다녀오라 시더라고요. 먼 곳에 가면 2박 3일 정도 걸리거든요."

봉암수원지에 도착하지 역시 사진부터 찍기 바쁘다. 수원지 아래를 유심히 살피던 그가 등록문화재 간판을 발견했다.

"여기에 이런 게 있는 지 사람들은 잘 모르겠어요. 저도 이렇게 수원지가 근대 건축으로 등록된 것을 처음 보거든요. 그러고 보면 마산은 진짜 근대스러운 곳이에요. 옛날부터 근대문물이 빨리 들어온 곳이라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근대 건물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아래를 둘러본 혜인 씨, 이번에는 위로 올라가 보잔다.

"우와, 여기 경치 좋네요. 이런 곳인 줄을 몰랐어요."

그러더니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가 다시 사진을 찍어댄다. 그렇게 한참 경치를 보고 어둑해진 길을 걸어 되돌아 나오는 길, 혜인 씨가 말했다.

"경남이야기하면서 경남 지역 근대 유산을 거의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아요. 물론 용돈 벌이도 되고요. 대학을 졸업하면 무엇을 할지 고민 중인데요, 졸업해도 계속 지금처럼 경남이야기에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제 이런 취미가 졸업 후 정말 저의 삶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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