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기반으로 많은 정치인 길러내…김동영, 김태호, 안상수, 홍준표, 강삼재, 김한표 등

'양김 시대'의 주축인 두 전직 대통령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들이 남겨놓은 정치적 유산은 아직도 한국 정치의 중심에 남아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정점에 서 있던 '상도동계'에서는 경남·부산 출신 정치인이 대거 활동했고, YS의 정치적 기반 역시 경남·부산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이 '박정희·전두환 군부 정권'으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시기부터 집권 여당의 당수이자 대통령으로 당선되기까지 그와 인연을 맺었거나 그로부터 정치수업을 받은 경남 출신 정치인은 무수히 많고 지금도 한국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YS를 언급할 때 빠질 수 없는 경남 출신 정치인은 고 김동영 전 의원이다. 김동영 전 의원은 거창 출신(거창농고 졸업)으로 YS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73년 신민당 공천으로 거창에서 당선된 김 전 의원은 YS가 걸었던 정치적 탄압의 길을 함께했음은 물론 3당 합당과 정권 창출 과정에서 선두에 섰다. YS의 최측근이었음을 방증하듯 '좌동영 우(최)형우'로 불리기도 했다.

이 즈음에 YS가 기거하던 상도동 자택에 자주 드나들었던 대학생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경남도지사를 역임한 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당시 김 최고위원은 김동영 전 의원의 집에서 하숙을 하며 과외 선생 노릇을 하고 있었고, 그 인연으로 김 전 의원을 따라다니며 상도동과 인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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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새누리당 최고위원./경남도민일보DB

김동영 전 의원은 1991년 YS의 대통령 당선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거창 지역구는 이강두 전 의원이 물려받게 된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강두 의원 비서관으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다.

김태호 최고위원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오랜 친분을 이어온 것도 '상도동'이라는 끈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최고위원이 정치 지망생으로 상도동을 오갔다면, 김무성 대표는 명실상부한 '상도동의 막내'로 불릴 만큼 '직계 가신그룹'에 속했다. 김 대표는 YS 대통령 재임 시기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과 내무부 차관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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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연합뉴스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막강한 권력의 정점에 섰던 강삼재 전 의원 역시 YS 가신 그룹의 핵심이었다. YS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YS가 주도한 3당 합당에 반발해 YS와 다른 정치적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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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재 전 의원./경남도민일보DB

현재 경남 정치·행정의 두 주축이라 할 수 있는 홍준표 도지사와 안상수 창원시장은 YS를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치입문 전날 밤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 고문 등 9명이 집에 찾아와 야당과 함께 하자고 설득했지만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신한국당 입당을 약속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한 후 애도를 표하는 한편 각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안 시장은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직접 민자당 입당을 권유했으나 민정당과 합친 정당이라는 게 마음에 걸려 입당할 수 없었다"며 "나중에 이회창 씨를 비롯해 새로운 인재를 많이 영입하고 당명도 신한국당으로 바꾸는 모습을 보고 합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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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창원시장./경남도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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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도지사./경남도민일보DB

결국, 당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던 홍 지사와 안 시장은 YS의 천거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대표를 번갈아 하며 정국을 주도했던 것이다.

거제 출신인 김한표 의원은 YS 대통령 재임 시기 경찰 자격으로 영부인과 가족을 경호하는 가족경호부장을 맡았다. 김 의원은 "YS의 정치에 대해 많이 배운 시기였다"며 당시 경험이 정치입문의 계기가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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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표 새누리당 국회의원./경남도민일보DB

이러한 개인적인 인연 외에도 YS는 경남 정치 지형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고, 결국 한국 정치사의 방향을 틀어 놓았다. YS가 주도한 3당 합당과 민주자유당 창당은 '야당 도시'였던 마산이 보수화로 선회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YS가 야당 당수였던 시절 함께 했던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민주자유당 합당에 반발해 '꼬마 민주당' 등에 합류하긴 했으나, 대부분은 신한국당이나 한나라당 등으로 흡수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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