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비 지원 문제를 실무진 협의를 통해 본격적으로 논의키로 합의했다는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의 회동 결과는 긴 가뭄 끝의 단비 같은 청량감이 있다. 파안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회동을 마친 후 보여준 격의없는 웃음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오해와 갈등이 다소나마 진정되는 것 같아 앞으로 지역화합의 견인차로서 역할이 기대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진풍경(?)이라 모든 도민이 그렇게 느꼈을 줄 안다.

첫 술에 배부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성급하게 결과물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모처럼 만들어진 대화 분위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1시간 30여 분의 꽤 긴 시간을 끌어 공개한 합의 내용이 달랑 '실무진 협의'라니 이건 이해부족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이 카드는 새로운 동기 부여가 아니다. 도와 교육청, 나아가서는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의 견해차에 의해 창과 방패로 이분화돼 있었던 품목이다. 기억나지 않는가. 도는 무상급식을 파탄내는 한편 서민자녀교육 지원사업을 펴는 전제 아래 실무 협의 자세를 견지했으나 도교육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대화 자체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그렇다면 지사와 교육감이 합의한 실무진 차원의 협의는 모든 것을 백지로 돌려 처음부터 다시 학교급식의 판을 짜거나 전의 수준대로 되돌려놓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도의 강경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다만 그로부터의 절충점을 찾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전달되지 않았다.

많은 말이 오갔을 것이다. 배석한 공무원도 없었고 언론도 철수시켰으니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다보면 묵은 감정은 사라지고 서로간의 인간적 매력에 이해의 폭을 넓혔을 수도 있다. 표정으로 보건대 그런 기회가 됐음직하고 또 그랬으면 한다. 하지만 말이다. 그게 진심에서 우러나왔든 작위적인 연출이든간에 핵심은 학교급식이다. 이제 덩치가 한결 커져 누리과정 예산도 같이 소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실무 공무원들이 독자적으로 안을 내거나 결론에 도달할 수 없다는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지사와 교육감의 가이드라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홍 지사와 박 교육감이 그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졌는지 솔직히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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