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불황에 일자리도 불안…조선업 특성상 단기 일용직 많아 취업신고 않고 실업급여 받기도

통영·고성·거제지역 조선소를 퇴직하거나 하청업체 직원 중 실업급여 부정수급 경험이 있는 이들은 '일을 하면서 받는 실업급여'가 "불법이란 걸 안다"고 공통으로 대답했다. 또 "실업자가 되니 어쩔 수 없이 부정을 하게 되더라"며 후회했다.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은 이런 부정수급자에 대해 "적발 가능성이 큰 데다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한순간의 유혹에 넘어가 후회하는 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통영 한 조선소에 다니다 실직한 김한철(가명·47) 씨는 "곧 SPP조선이나 대우조선, STX조선도 감원이나 구조조정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고 지역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도 퇴사를 하면 실업급여를 신청한다. 월급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겠지만 회사에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실제 실직자가 되면 최악의 상태가 된다. 그동안 모아둔 돈이라도 있다면 장사를 해 생계를 영위하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면 막막해진다. 일자리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 노동자가 실업급여 수급자격 인정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허동정 기자

김 씨는 또 "가정이 있는 경우 실업급여 월 100만 원 정도로 버티기는 어렵다. 나도 그랬지만 부정수급자들은 이런 것이 당연히 불법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퇴직을 하면 막막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면 안 되지만 일당 일을 하면서 그냥 실업급여를 받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조선소 자체가 흔들리다 보니 같은 업종 다른 업체에서 일을 하려 해도 불안하다. 용접일을 해 200만 원 받으면 갑근세, 주민세, 국민연금 내면 30만∼40만 원 빠져나간다. 이 중 20∼30%가 세금이다. 취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사장은 돈을 덜 내고 나는 돈을 더 받는다.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며 "일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부정으로 실업급여를 받는 사람을 안다. 그런데 일을 하는 협력업체에서 월급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어한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가 그 업체를 조사했는데 적발될까 마음고생이 심하더라. 혹시 적발되면 벌금을 내야 하고, 급여가 나오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고 밝혔다.

장일두(가명·50) 씨는 "사업자와 부정수급자가 짜고 하는 경우는 내가 알기에는 드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정수급이 많이 일어나는 경우는 조선소 특성상 일주일 정도 일을 하고 떠나거나, 보름 정도 일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할 물량이 그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정상적으로 고용해 보험 넣고 하다 보면 사업자나 노동자 모두 귀찮아한다. 한 번 정도 하는 거니까 서로 알고도 봐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근식(가명·44) 씨는 "이유가 뭐 있나. 솔직히 돈 더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하도급 사업장은 4대 보험 신고를 하지 않는 업체가 더러 있다. 진짜 문제는 원청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야근도 하고 특근도 하면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일이 없는 상황을 맞을 처지다. 이곳 조선소가 힘드니 다른 조선소에 가더라도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막막하다. 실직하기 전에 고용보험료를 냈으니까 어려운 이 시기에 내가 낸 돈을 타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김현철 부정수급 조사관은 "잡히지 않는다며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하는 동료를 따라 하는 일도 있다"며 "실업급여는 다수가 낸 돈을 실직자에게 선의로 건네는 돈이다. 자기가 낸 돈을 받아가는 것이라면 한 달에 1만, 2만 원을 받으면 된다. 자기가 낸 돈을 받아간다는 것은 자기합리화다. 실업보험료를 내는 개인들이나 업체 사장들에게 물어보면 부정수급자들 처벌이 약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적발될 가능성이 크고 범죄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용보험 부정수급과 관련한 고용노동부 전산망은 국내 어떤 기관 시스템보다 정확하고 확실하다. 경험적으로는 대부분 초기에 걸려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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