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각지대 해법은 없나] (7) 일본 공공의료 현황

2012년 11월 기준 일본 전체 의료시설 8564개 중 961개(약 11%)가 공공의료시설이다.

여기에는 지방독립행정법인 이름으로 민간에서 운영하는 시설도 포함돼 있다. 공공병상도 전체 15%(23만 1145개)만을 차지하고 있다. 공공의료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수준(2011년 기준 공공병원 병상수 10.4%)인 우리나라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일본 도쿄에서 만난 전일본자치단체노동조합(이하 자치노) 시라이 게이코 씨는 적어도 일본은 국가적 차원에서 "공립병원은 돈을 벌 수 없는 의료를 하라"고 주문한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군마현립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로 현재는 자치노 보건의료 노동자 협의회 전임으로 있다.

시라이 씨는 산간이나 섬지역에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는 공공병원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전문 의료도 공공병원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서 운영하는 도쿄 신주쿠 구에 있는 국립국제의료연구센터.

일본은 도시 크기에 따라 공립병원 역할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한다. 시라이 씨는 "큰 도시는 민간병원이 잘 구축돼 있어 공공병원은 고도화한 전문 의료에 집중한다"며 "도쿄도립병원은 전문성이 높은 병원이라면 중소도시 시립병원 등은 종합병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정치적 변화에 따라 공공병원 존립에 변화가 있었다. 현재 집권 중인 자민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부터 돈을 벌지 못하는 병원은 문을 닫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한다. 이때 공공병원이 축소됐고, 민간병원과 통합을 시도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는 반대로 공공병원 역할을 강조했다고 한다.

시라이 씨는 "일본 공공병원도 건물 자체나 시설이 낡았다는 시선이 있다"며 "하지만 의료 수준은 해당 지역에서 높은 수준에 있는 것이 일본의 공공병원"이라고 전했다.

일본에도 경남 진주의료원 폐원과 비슷한 사례는 없을까. 시라이 씨는 "폐원을 한 병원이 한 곳 있었는데 주민들 반대가 많았다. 폐원을 결정한 시장 신임을 묻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공공병원 운영 방침을 바꾸자는 주민 운동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적자를 이유로 폐원한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병원은 돈을 벌 수 없는 진료를 하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에 적자를 문제 삼는 경우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런 인식은 일본 역사적 배경과도 맞닿아 있다.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전 엄청난 경제성장률을 등에 업고 많은 병원이 세워졌다. 당시 의료비도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했다. 불황이 찾아오자 병원 감축이라는 결과를 낳았고, 적자로 운영이 어려운 병원은 대부분 정리가 됐다. 이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 역할도 분명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안정기를 맞았다. 현재는 공공병원이 어느 정도 적자를 낼 수밖에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시라이 씨는 계속 강조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일본은 어느 병원을 가도 의료비가 같다는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는 어디를 가더라도 지원을 받는 구조다. 대신 공공병원은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시라이 씨는 "모든 국민은 건강을 지키고자 가까운 곳에서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라이 씨는 공공병원은 해당 지역 주민들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지역주민이 민간병원보다 신뢰하는 공공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공공병원이 해당 지역 주민에게 필요하지 않은 곳이라면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그 지역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병원이 되어야 하죠. 공공병원이 지역주민에게 친절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면 환자들은 민간병원이 아무리 좋아도 가지 않을 겁니다."

※이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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