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위기의 조선산업 현장을 가다 (3)거제 부동산 시장의 미래는

거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파트 분양시장이 좋았다. 프리미엄(웃돈·분양권과 매도가격 사이 차액)도 붙고, 분양만 하면 '완판(완전판매)'이었다. 하지만 올 3월 분양된 거제 옥포 도뮤토(거제시 덕포동)에서 이전과 다른 흐름이 포착됐다.

"포스코A&C에서 분양한 도뮤토가 물론 위치가 거제 중심이 아니고 덕포 지역이긴 했지만, 50% 분양에 그쳤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4월) 이전 마지막 분양 물량이어서 저렴한 분양가 등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손진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거제시지회장(대동공인중개사 사무소)의 말이다.

이후 거제아이파크2차 1·2단지(양정동·문동동), 거제센트럴푸르지오(문동동) 등 대형 건설사가 내놓은 아파트 물량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인중개업계는 모두 40% 선에서 분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분양시장의 악재에 거제 조선 경기 침체도 무관하지 않다.

거제시 상동동에 위치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들과 아파트 단지 전경.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과잉 공급과 불안 심리 = 올 들어 거제 분양시장이 나빠진 데는 과잉 공급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거제지역 분양 물량은 폭증했다. 무려 6829가구다. 분양시장 호황을 누린 지난해(4377가구)보다 많고, 2012년(3320가구), 2013년(722가구)과 비교해도 폭발적인 수치다. 문동동(1807가구), 삼거동(1041가구), 아주동(959가구), 거제면(853가구) 등이 눈에 띄게 분양 가구가 많은 곳이다.

손 지회장은 "아파트가 갑자기 너무 많이 공급된 데 반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을 통해선 인구가 늘 기미가 안 보여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며 "과잉 공급 논란과 바닥에 깔린 불안 심리가 분양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짚었다.

또 올해는 입주 물량도 많았다. 2012년(1345가구), 2013년(1710가구), 2014년(1810가구) 등 그간 2000가구를 밑돌던 입주 물량은 올 들어 3000가구를 넘었다. 모두 3103가구가 입주한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1970가구)에도 상당한 물량이 입주 대기 중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도 "거제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분양과 입주가 동시에 많이 이뤄졌다. 올해 분양 물량은 2017~2018년 입주로 이어져 그 사이 물량 부담이 있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격 하락 현실화 = 아파트 분양시장만이 아니라 원룸시장도 흥행세가 완전히 꺾였다. 지난 4~5년간은 거제 원룸시장 황금기였다. 원룸 건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됐고, 3.3㎡(평)당 300만 원이던 원룸 건물은 800만 원까지 오를 정도로 기세가 무서웠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비어 있는 원룸이 늘었다고 한다. 중개업계는 현재 원룸 공실률이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1년 또는 2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월세도 자연스레 내려가고 있다. 잘나가던 시기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45만 원까지 하던 새 건물 '풀옵션' 원룸은 이제 보증금은 반 토막 난 500만 원에 월세도 40만 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수세가 실종됐다. 가격 하락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rt.molit.go.kr)에서 일례로 수월동 '거제자이'를 보면, 전용면적 84.65㎡ 기준 실거래가가 지난해 9월 3억 8300만 원(10층)에서 올 9월 말 3억 5850만 원(12층)으로 하락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손 지회장이 전한 현실이다. "올 들어 분양한 아파트가 2~3년 지나고 입주를 하는데, 사람들이 지금 사는 집을 팔고 나와 전세로 있다가 새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가격은 진작부터 하락세를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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