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장님]거제시 사등면 청곡마을 김기석 이장

"사등면 청곡은 나의 또 다른 고향입니다."

전라남도 광양이 고향인 김기석(68) 씨가 '지역감정'과 '텃세'를 이겨내고 거제시 사등면 청곡마을 이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김 이장이 거제로 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지난 1994년 4월 30일이다. 고향을 떠나 부산에서 지내던 그가 자식들을 위해 선택한 곳은 거제였다.

거제에서 정착할 곳을 찾던 그는 사등면 청곡마을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탁 트인 바다와 아담한 마을은 산골생활을 하던 그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부푼 꿈을 안고 거제에 안착했지만 가진 돈도, 땅도 없던 그는 특별히 할 것이 없었다. 공사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 하면서 마을 주민과 조금씩 어울리면서 마을 일에 관심을 두게 됐다. 젊은 시절 관리 분야에서 10여 년 동안 일 했던 경험을 살려 마을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마을회의에서 얘기하려고 했다.

어떤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끝까지 밀어붙인다는 김기석 이장. 마을 사람들은 그런 김 이장에게 '불독'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신서용 기자 syshin@

그러나 당시만 해도 짙게 남아있던 (일부이긴 했지만) 지역감정과 텃세 때문에 말 한마디 할 수 없었다.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만의 친화력으로 마을에 서서히 녹아든 그는 10여 년이 흐르고 나서 마을 발전방안을 마을회의에서 주민들에게 발표했고, 그의 계획은 받아들여졌다. 그는 주민과 일대일로 만나 사고혁신 필요성과 마을운영의 개선점, 그리고 주민들 사고를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그는 마을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2008년 8월 이장이 됐다.

그는 우선 유자작목회 운영을 체계적으로 바꿨고, 마을발전기금 등 돈과 관련된 것들은 법인통장을 만들어 투명하게 관리를 시작했다.

마을에 상수도를 연결했고, 마을회관을 지었으며, 매년 봄과 가을이면 마을 사람들은 야유회를 떠난다.

기존 부녀회는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청년회를 새로 조직해 마을의 크고 작은 일들을 챙기면서 마을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마을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 도움을 받아 금연마을로 지정해 70% 금연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마을 담벼락은 벽화로 잘 꾸며 이 마을이 금연마을이며, 건강마을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노총각 장가보내기를 위한 프로젝트는 워낙 조건이 까다로워 작은 성과에 머물렀지만 또 다른 방법을 연구 중이다.

어느 정도 마을이 안정감을 갖추자 지난해 이장을 그만두려 했지만 마을 주민들이 한 번 더 하라고 등을 떠밀어 지난해 연임 이장이 됐다.

그는 또 한 번 마을에 큰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거제시 최초로 마을 기업을 유치해 마을 주민이 더욱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유자, 비파, 조개 등 마을 특화 자원을 활용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소득을 올려 주민들의 삶의 질을 한층 드높일 작정이다.

여기에다 낡은 유자가공공장을 새로 신축해 마을 사람들이 더 편안하고 쾌적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불독'(표준어는 '불도그')으로 불린다는 김기석 이장. 일을 시작하면 끝까지 밀어붙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란다. 김 이장은 "마을 일이라는 것이 희생과 봉사 없이는 정말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주민들 모두 타지에서 온 나를 적극적으로 믿고 따라줘서 너무 감사하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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