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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눈에 비친 가산리 석장승과 사천 매향비

[2015 이야기 탐방대]사천만 갯벌을 둘러보고나서

박주희(청소년신문 <필통> 기자·진주 경해여고 2학년) webmaster@idomin.com 입력 : 2015-11-17 16:15:26 화     노출 : 2015-11-17 16:16:00 화

나는 조그만 꼬마 게다.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오늘도 별 볼일 없는, 심심한 것 투성이인 사천만 갯벌이다. 물론 친구들도 많고, 항상 어디론가 도망가는 도망게 친구도 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재미가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재미있는 일이 있다. 내 삶의 유일한 낙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일. 바로 엄마한테 옛날이야기를 듣는 일이다! 하루종일 밖에서 쪼르르 갯벌을 달리며 놀다가, 자기 전 엄마에게 듣는 이야기는 그 무엇보다 재미있고 소중하다. 엄마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호적이랄 것도 딱히 없지만, 아주아주 옛날 우리 조상 때부터 사천만 갯벌에서 살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도 많이 드나들지 않고, 늘 같은 일상만 반복되는 지루한 곳이지만, 옛날만 해도 이곳은 늘 큰 배가 드나들고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던 꽤 번화한 곳이었다고 했었다. 그리고 그만큼 신기한 일도 많았다고 한다!

분명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다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사실은, 앞서 말했듯 옛날에는 이곳이 엄청나게 사람이 많이 드나들던 곳이었다는 사실이다. 엄청나게 큰 배도 항상 우리 집 근처까지 왔다가는 사라지곤 했다는데, 한적하기만 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 참. 그 커다란 배들은 항상 윗부분에 하얀색 무더기를 싣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 무더기 중 일부가 우리 집 근처로 떨어졌었다. 알고 보니 사람들의 식량이라는, ‘쌀’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궁금증에 우리 조상님이 한 번 먹어봤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이 좋다고 했다. 한번도 안 먹어 봤는데, 궁금하다. 이제 그 배는 다시 안 오겠지?

그런데 어디든 먹을 게 많으면 싸움이 일어나나 보다. 여기 갯벌에서도 먹을 게 생기면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서로 싸우는데 사람들도 예외는 아닌가보다. 사실 내 친구 도둑게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엄청 옛날에, 한창 쌀이라는 식량을 실은 큰 배가 드나들던 그 때 쯤, 친구 조상님이 평소처럼 갯벌에 있다가 하루는 잠깐 산책을 한다고 사람들이 사는 쪽으로 갔었다고 했다.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아서 원래의 산책로보다 조금 더 들어가서 걷고 있었는데, 때마침 어딘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 조상님은 궁금해서 그 쪽으로 다가가 보았는데, 호기심에 사람들 사이를 뚫고 지나갔더니 진짜! 신기한 게 있었다고 했다. 그게 뭐냐면 바로 사람 모양 돌이었다!

그 조상님은 신기해서 한참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웠다. 그 내용은 이러했다. 요새 누구네 쌀이 없어지고, 배에 실었던 쌀도 갑자기 사라지고……. 그런 일이 많이 생겨서 사람들이 불안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제 그런 일들을 막고 좋은 일들만 생겼으면 한다는 바람에서 그 돌 사람(?)을 세우는 거라고 했다고 했다.

마을의 안 좋은 일을 막기 위해 자기들이랑 똑같이 생긴 돌을 세우다니. 나는 요새 친구들이랑 여기 갯벌에서 달리기 시합을 할 때마다 꼴등을 해서 너무 우울한데, 나랑 비슷하게 생긴 돌조각을 찾아서 우리 집 근처에 세워놓으면 좀 괜찮아지려나? 헤헤.

이것 말고 신기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사실 이건 신기한 이야기라고 하기 보다는 무서운 이야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그건 바로 역시 아주 옛날에, 수백 아니 수천 명의 헤아릴 수도 없는 많은 사람들이 갯벌로 모여 들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왜 무섭냐구? 그 때 나와 내 친구들의 조상님들이 정말 많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밟히고, 파이고, 깨지고……. 으으,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

게다가 사람들이 여기서 가만히 서 있기만 했던 게 아니라, 막 여기 넓은 갯벌 중 한 군데를 엄청나게 넓고 깊게 팠다고 했다. 그 때 돌아가신 우리 조상님만 해도 한 삼백 분 쯤 된다고 하셨다. 대체 무슨 일을 했길래 그렇게까지 큰 희생이 필요했던 걸까? 난 그 이유를 듣고 너무 허탈했다. 인간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고. 고작 이런 일 가지고. 그것은 바로 여기, 갯벌에 판 구멍에다 나뭇가지를 묻는 일이었다! 나뭇가지 몇 개 묻으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그렇게 많은 조상님들이 희생되다니, 인간은 정말 알 수 없는 동물이다. 무섭기도 하고. 다음에 다시 또 그러진 않겠지? 아~주 아주 먼 옛날이야기라고 하니까, 아마 그 뒤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도 생기지 않겠지?

그런데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데 뭔가가 계속 신경에 거슬리는 기분이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는 기분? 그냥 밖에서 산책 좀 하고 있었는데, 영 뭔가가 느낌이 이상하다. 뭐지?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눈을 돌려봤는데 에그머니나! 어떤 어린 여자 사람 네 명이랑 여자 어른 두 명, 남자 어른 세 명이 저편에서 이상한 길고 동그란 걸로 우리를 막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거지? 힉! 내가 하는 이야기까지 듣진 않았겠지? 이거 엄청 재밌는 이야긴데! 나만 알고 있는 특급 비밀 이야기인데……. 아마 저 사람들은 내가 아는 이야기는 하나도 모르겠지? 앞으로도 나의 비밀로 영원히 남겨두었다가 내 자식이 생기면 들려주어야겠다. 히히.

2015년 10월 18일 사천만 갯벌을 둘러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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